글로컬대 10곳 중 4곳 ‘통합 계획 국립대’···통폐합 바람 거세진다
5년간 1000억원을 지원받는 글로컬대학 첫해 본지정 평가에서 학교 통합 계획을 제출한 국·공립대들이 대거 관문을 통과했다. 단독으로 신청해 본지정을 통과한 대학 상당수는 무학과제 등 대규모 구조개편을 예고했다. 내년에 다시 글로컬대 지정을 신청할 대학들은 통폐합 등 구조개혁에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가 13일 발표한 2023년 글로컬대학 본지정 결과를 보면 강원대·강릉원주대, 부산대·부산교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충북대·한국교통대는 모두 통합을 전제로 혁신기획서를 공동제출해 본지정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국립대 통폐합 논의가 글로컬대학 사업을 계기로 탄력을 받았다.
글로컬대학위원회는 통합 여부가 평가지표에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대학을 통합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혁신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통합을 추진하는 국립대들이 많이 선정된 것이 사실인데 위원님들이 국립대 통합이 정말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주목한 것 같다”며 “그동안의 구조개혁 정책이 물리적 통합을 넘어서 화학적 시너지를 냈던 사례가 없었는데 이번에 (통합 추진 대학들이) 제시한 사례는 비전이 구체적이고 차별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20곳 내외를 글로컬대학으로 더 지정할 계획이다. 통합이 평가에 유리하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국공립대들은 인근 대학과의 통합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공주대가 공주교대와 통합해 내년 글로컬대학 사업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올해 예비지정에서 고배를 마신 충남대와 한밭대의 통합 논의도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글로컬대학 정책이 통합을 밀어붙이는 셈이 되면서 이에 따른 지역대학들의 학내 분규가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본지정된 부산대와 부산교대, 충북대와 한국교통대 등에서도 이미 통합에 대한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통합 추진을 전제로 본지정 평가를 통과한 대학들은 협약 체결 후 1년 안에 교육부에 통합신청서를 내야 한다. 한정된 시일 안에 구체적 결과를 내놓아야 해 통합이 졸속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단독형으로 신청해 본지정 평가를 통과한 대학들 가운데 상당수는 학과를 산업수요에 맞게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경상국립대는 항공우주학부로의 무제한 전과를 허용해 졸업생 50% 이상을 항공우주 진로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순천대는 단과대를 폐지하고 지역특화 산업분야에 정원 75%를 배정한다. 울산대는 2025년부터 의대 등을 제외한 모집정원 100%를 융합학부로 모집한다. 학과 통폐합과 무전공제 등의 구조개혁 바람도 다른 대학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본지정 대학 10곳 중 7곳이 국립대로 채워지고 본지정에서 탈락한 대학 5곳 중 4곳을 사립대가 차지하면서 지역거점국립대와 사립대의 격차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예비지정을 통과했다가 탈락한 대학들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전남대 관계자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미진한 원인을 분석하고 보완해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인제대 관계자는 “예비지정만으로 혁신안을 제시했다고 생각하고 실현 가능성을 입증해 다음 사업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정에서 탈락한 대학 5곳은 내년에 패자부활전 기회를 갖는다. 글로컬대학위원회는 “내년에 한해 올해 본지정에서 탈락한 대학5곳의 예비지정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교육부에 권고했다. 교육부가 받아들일 경우 내년에는 이들을 포함한 20곳이 예비지정되고, 그중 10곳이 본지정된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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