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외식 줄이자"… 삼겹살 1인분 2만원 시대
자장면 9.5% 올라 7천원
김밥도 1년새 6.8% 올라
1만원에 비빔밥 못사먹어
찜질방 11.5%·세탁 7.2% 쑥
생활 서비스 물가까지 꿈틀
외식하기가 겁날 정도로 물가가 치솟고 있다. 쌀부터 고추장, 된장, 무, 배추까지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외식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외식비는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 물가 중 서비스 물가를 자극한다. 외식비 외에 세탁소·찜질방·세차장 서비스 가격도 크게 올랐다. 정부는 상품 물가를 잡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서비스 물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사이트에 따르면 서울 지역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이 2022년 10월에는 평균 6454원이었지만 1년이 지난 지난달에는 7000원을 돌파해 7069원을 기록했다. 1년 새 9.5%가 오른 셈이다. 평일 점심에 자장면 한 그릇에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마시면 1만원이 훌쩍 넘을 수 있다. 토·일요일을 제외한 평일에 자장면만 한 달 내내 먹으면 점심값으로만 14만원에 달한다. 시간을 되돌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으로 가보자. 2019년 서울에서 자장면 한 그릇 평균 가격은 5000원에도 못 미치는 4965원이었다. 평일 한 달 내내 먹으면 자장면 점심값은 10만원이다. 자장면 기준으로 코로나19 전후로 한 달 점심값이 4만원이나 뛴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통계청 통계를 보면 자장면 주재료인 밀가루와 양파 가격은 1년 전보다 떨어졌다. 밀가루 가격은 작년 10월보다 올해 10월 가격이 0.2% 인하됐다. 양파 값도 2.9% 내렸다. 하지만 자장면 가격은 9.5% 올랐다.
삼계탕 한 그릇 가격도 2만원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 그릇에 1만5462원 하던 서울의 삼계탕 가격은 지난달 1만6846원으로 9% 올랐다. 1년 새 닭고기 가격이 13.2%나 인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빔밥 한 그릇 가격은 1년 새 8.7% 올라 1만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평균 8776원이었지만 이제 서울에서 1만원을 주고 비빔밥 한 그릇 먹기도 어려운 시대가 됐다. 지난해 10월 3046원이던 김밥 한 줄 가격도 지난달 3254원으로 1년 동안 6.8% 올랐다.
회식 단골 메뉴인 삼겹살은 1인분(200g)에 2만원이 코앞이다. 서울 소재 식당의 삼겹살 가격은 지난해 10월 1만8851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1만9253원까지 올라왔다. 주류 도매상들이 소주 가격 동결에 일단 동참했지만 삼겹살과 단짝인 소주 가격이 언제 한꺼번에 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돼지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0.2% 떨어졌지만 삼겹살 가격 상승세는 막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물가 불안은 외식비 외에 각종 생활서비스 영역에서도 감지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년 동안 가장 많이 오른 개인서비스 물가는 해외단체여행비로 15.9% 뛰었다. 각종 보험료도 12.9% 상승했다. 대표적 서민들의 쉼터인 찜질방 가격도 1년 동안 11.5%나 뛴 것으로 나타났다.
세차비(7.6%), 세탁비(7.2%), 아파트관리비(5.4%) 같은 서비스 물가상승률은 3.8%인 소비자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다. 지난달 서비스 물가는 전체적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지만 전세와 월세 가격으로 산출하는 집세가 전년 동월 대비 변동이 없어 착시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외식비와 각종 생활서비스비로 구성되는 개인서비스 물가는 4.1% 올라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인 3.8%보다 높게 나왔다.
정부는 빵, 우유, 과자, 라면, 피자, 치킨을 포함한 28개 품목 가격 동향을 매일 확인하는 방식으로 물가 관리를 더 면밀하게 하고 나섰다. 매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부처별로 소관 품목, 서비스 물가가 치솟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조치가 물가 억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물가 안정 추세는 더디지만 서서히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비스 물가는 대부분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며 "일단 28개 품목 물가가 잡히면 서비스 가격도 안정화되겠지만 근본적 해법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한꺼번에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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