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가자시티 병원 공격-운영 여부 놓고 진실 공방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2023. 11. 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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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병원의 민간인 희생 책임을 놓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병원 공습과 의료 기능 마비로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병원에 대한 연료 제공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가자지구 민간인 위기가 인질 석방 협상 등에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의 병원 공격을 우려했다. 또 양국은 전후(戰後) 가자지구 통치 계획을 놓고도 충돌했다.

● ‘병원 무력화’ 책임 공방에 인질 협상 중단

논란의 중심은 환자 650명, 의료진 500명, 난민 2500명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이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이 병원 등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력이 끊겨 인큐베이터에 있는 미숙아를 포함해 환자들이 잇달아 숨지자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서로 상대방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발전기 가동용 연료 지원을 놓고는 말이 완전히 엇갈린다.

이스라엘군은 12일 성명에서 “긴급 의료 지원 목적으로 알시파 병원 근처에 연료 총 300L가 든 연료통들을 뒀지만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며 “하마스가 연료 수령을 막은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같은 날 미국 NBC 방송에 “어젯밤(11일) 필요한 연료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하마스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연료 제공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 제안은 물, 음식, 전기도 없이 갇혀 있는 환자들 고통을 얕잡아 본 것”이라며 “그 정도 연료로는 발전기를 30분 돌리기에도 충분치 않다”고 반박했다.

알시파 병원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말이 다르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알시파 병원 기능이 마비돼 환자들이 위기에 몰렸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모든 병원 운영이 이날 중단됐다. 반면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알시파 병원에는 전기가 들어오고 모든 것이 작동한다”고 말했다.

알시파 병원 갈등은 인질 석방 협상에도 영향을 미쳐 이날 하마스는 카타르가 중재하던 인질 석방 협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대표는 이날 27개 회원국 대표 성명에서 하마스가 가자지구 병원과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쓰고 있다고 규탄했다.

● 전후 통치계획 두고 미-이 충돌

미국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통치 계획과 인질 석방 협상을 두고 충돌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 미 CBS 방송에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가 팔레스타인인 리더십 아래 다시 연결되고 통일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며 “궁극적으로 미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 불가 △미래 테러세력 근거지로 가자지구 활용 불가 △가자지구 영역(territory) 축소 불가 등 가자지구 계획 4대 원칙을 밝혔다. 이는 전날 네타냐후 총리가 거듭 밝힌 “가자지구 안보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를 사실상 반대한 것이다.

그러자 네나탸후 총리는 이날 미 NBC 방송에 출연해 “가자지구는 비무장화 돼야 하고 급진 세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며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조직 중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세력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가자지구 통치 세력으로 지지하는 PA는 불가하다고 재차 주장한 것이다.

다만 마이클 헤르초그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과 전후 가자지구 통치 계획 관련 대화를 시작했다”면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통치를 원하지 않지만 PA가 다시 통치한다면 개혁이 필요할 것”이라며 통치 개입 가능성을 열어 뒀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미군이 시리아 동부 2개 도시에 있는 무기고와 지휘통제소를 정밀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 시설들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그 지원을 받는 시리아 민병대 조직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7일 전쟁 발발후 세 번째 공습이다. 미국은 시리아와 이라크 미군기지에 대한 이란 지원 무장단체 공격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밝혔다. 레바논 뉴스채널 알마야딘은 13일 시리아 미군기지에 대한 로켓 공격으로 미군이 사망했다고 전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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