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IAL TIMES 제휴사 칼럼] 성장전략에 지역정책 필요한 이유
일각선 지방 이주장려 주장
이는 명백히 불가능한 방법
지역정책은 개별 정책아니라
국가차원 더 큰 발전전략 필요
달성 과정은 매우 어려울 듯
"오늘날 영국은 선진국 중 지역 간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국가로 독일의 동서 간, 이탈리아의 남북 간 격차를 압도한다. 신기술, 글로벌 경쟁, 기존 산업의 몰락, 신산업 육성 실패 등이 이 같은 격차를 초래했다."
지난 10월 발간된 보고서 '영국의 지역 정책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위와 같은 서론으로 시작한다. 에드워드 마이클 볼스 전 예비내각 재무장관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해당 보고서는 올해 3월 영국의 실패한 지역 정책을 다룬 첫 번째 보고서가 나온 이후 기획 시리즈의 두 번째 보고서로 발간됐다. 이번 보고서는 역대 3명의 영국 총리(존 메이저,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를 포함한 정책 결정자들을 향해 실패로부터 어떤 교훈을 배웠는지 묻고 있다.
보고서가 내린 주요 결론은 6가지로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 격차의 확대는 피할 수 있지만, 일단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다. 둘째, 영국의 지역 경제 성장을 위한 과거 정책들은 지리적으로 편중됐고, 목표도 미흡했다. 셋째,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던 영국 정부가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인 접근에 의존했다. 넷째, 정책 안정성의 결여로 단기주의(short-termism)와 그릇된 결과가 초래됐다. 다섯째, 지도층의 지속적인 정치적 의지와 리더십이 중앙정부의 중앙집권적인 경향을 극복하고 지방 정부에 권한을 위임하는 데 필수적이다. 여섯째, 지방 정부가 시 단위로 협력하는 '연합 기구(combined authority)' 체제에 대한 초당적 지지는 실현 가능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논쟁의 여지도 있다. 일례로, 영국 지역 성장을 뒷받침하는 지렛대는 무엇이며, 의사결정의 적절한 수준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지방 정부의 포괄적인 개혁에 있어 중앙 정부는 얼마나 적극적이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하게는 지역 부흥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은 무엇인가 등이다. 특히 런던과 동남부 등 부유한 지역으로부터 덜 생산적인 지역으로 부를 재분배해야 할 필요성과 지방의 재정 자율성과 책임성 제고라는 자명한 주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즉, 상기 여섯 가지 결론은 영국의 거버넌스와 경제가 가진 주요 취약점을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새삼 놀랍지도 않다. 이전에 필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극단적인 지역 생산성의 격차는 탈산업화와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런던의 부상과 같은 경제적 동인과 정치적 정책적 실패의 결과물이다.
특히 정치적 실패의 배경에는 과도한 중앙집권화와 정책적 눈속임에 대한 집착, 만성적인 근시안적 시각, 그리고 경제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희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안타깝게도 경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마거릿 대처 시절 대대적인 탈산업화는 영국 전역에 새롭고 수많은 '경제적 꽃'을 피워내지 못했다. 그 대신 (금융이라는) 단일 경제 활동이 (런던이라는)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됐다. 더 안 좋은 것은 한때 푸르렀던 나무가 현재 그 빛을 잃었다는 것이다. 런던은 부유하지만 더 이상 예전만큼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제대로 이해했다면 물론 지방 경제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그보다 더 큰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즉, 영국 경제의 근본적이고 고질적인 취약점은 거버넌스와 정치라는 것이다. 이는 과거 정책 결정자들의 후회가 무엇이든지 간에 지방 격차 문제에서 기만적으로 시선을 돌린 브렉시트 이후 현대 정치의 초점이 최대한의 현상 유지, 즉 '보수주의로의 합의'로 향한 지금 시점에 특히 중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보고서를 비롯해 정부의 '레벨링업(균형발전정책) 백서' 등 일련의 보고서들이 밝힌 고질적인 지역 정책 실패 사례는 어떤 정권에서도 다루기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역 불균형을 다루는 건 아예 불가능하다며, 지역 격차를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대신 더 극단적인 자유방임주의를 추구하고 동남부로 이주를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런던과 동남부 지역 인구는 여전히 전체 인구의 27%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는 명백히 불가능한 방법이다.
종합하면, 국가 전반에 걸친 더 큰 발전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역 정책은 별도 정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인 동시에 지역 차원인 합리적인 성장 전략의 중심에 놓여야 하며, 이 과제는 정치적·제도적·경제적 문제 해결에 실로 '핵심'이 됐다.
한편, 필자가 과거 실패한 정책을 통해 얻은 교훈은 이 같은 과제를 달성하는 과정이 너무 어렵고, 아마도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영국은 막대한 지역 불평등과 저성장을 야기했던 실패들을 극복해낼 수 있는가? 안타깝게도 필자는 이 또한 회의적이다.
※이 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마틴 울프의 칼럼 'Regional policy must be at the heart of any sensible strategy for growth'를 매일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마틴 울프 FT 수석 경제평론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모델 시켜줄게”…유인하더니 주택서 성폭행한 패션업계 거물 - 매일경제
- ‘창사 이래 최대 배당’ 안 먹히네...실적쇼크에 주가 급락한 이 기업 - 매일경제
- ‘아들 대리시험’ 유죄 받은 조국 부부 증인 요청에 美교수가 한 말… - 매일경제
- 직원들 4년치 연봉 쏟아부은 ‘이 기업’...17일 첫 거래 웃을까 - 매일경제
- “한달새 14% 급락, 이제 바닥이다”…이 종목, 서학개미 폭풍매수 - 매일경제
- [속보] 주52시간제 완화한다…제조업·생산직 우선 검토되나 - 매일경제
- “33세 최연소 女시장 탄생”...일본 ‘떠들썩’ - 매일경제
- “5호선 연장 반대 말라”…김포시민단체, 유정복 인천시장 비난집회 - 매일경제
- “거래은행에 USB 들고뛰었다”…랜섬웨어에 쑥대밭 된 이 은행 - 매일경제
- 이것이 ‘슈퍼 을’의 힘? 단장 회의 밖으로 구단들 불러낸 오타니 에이전트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