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일본과 관계 날로 악화”···열어둔 접촉 여지 점점 닫나
올해 3·5월 비밀 접촉했다는 북·일
북, 일본 비난···일본, 북 압박 가세
‘반미 연대’ 외교 속 일본 거리두기
북한이 13일 “일본 사회 전반에 반공화국 적대시 분위기가 의연 만연되고 조·일(북·일) 관계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과의 관계를 악화 상태로 규정하며 올해 초 열어둔 접촉 여지를 축소하는 모습이다. 일본이 한국·미국의 대북 압박에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북한도 ‘반미 외교’에 힘을 싣는 상황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외무성 일본연구소 연구원 김설화 명의 글에서 올해 100주기를 맞은 관동대학살 재판 기록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난 9일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의 발언을 “특대형 반인륜 범죄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회피해보려는 후안무치한 작태”라고 맹비난했다.
통신은 현재 북·일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다고 밝혔다. 통신은 “일본 사회 전반에 반공화국 적대시 분위기가 의연 만연되고 조·일 관계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은 과거 범죄에 대한 죄의식이 꼬물만큼도 없고 초보적인 인륜 도덕도 모르는 위정자들이 권력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공식매체에 ‘조·일 관계’ 표현을 쓴 것은 지난 5월 박상길 외무성 부상 담화 이후 처음이다. 동북아시아 ‘신냉전’ 정세 속에서 발표된 박 부상 담화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조건 없는 대화 요구에 호응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후 북한은 박 부상 담화 발표 다음 달인 지난 6월 외무성 일본연구소 연구원 리병덕 명의 글에서 일본의 ‘북한 납치문제’ 거론이 “‘전제조건 없는 일·조 수뇌회담’을 희망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하고 있는 일본 당국자의 입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접촉 여지를 열어뒀다. 지난 9월 마쓰노 장관은 올해 3·5월 동남아시아에서 두 차례 북한과 비밀 접촉했다는 보도 내용을 사실상 시인하기도 했다.
북한이 다소 격이 낮은 외무성 일본연구소 연구원 명의를 취했지만 북·일 관계가 악화 중이라고 밝힌 것은 일본과의 접촉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북한과 일본의 물밑 교섭에 사실상 진전이 없는 상황을 나타내는 징표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조를 반영하듯 북한은 최근 공식매체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3차 방류 등 일본의 국내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일본 언론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최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보인다. 한·미·일은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사실상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관계가 격상됐다. 이후 일본은 한·미 주도의 강력한 대북 압박에 활발히 동참하고 있다. 전날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이 3국 단독으로는 처음 개최되고 지난달 역대 첫 한·미·일 공중연합훈련이 시행된 것이 대표적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코로나19 국경 봉쇄 완화 이후 외교 노선을 ‘반미 연대’ 강화에 방점을 찍은 상황도 ‘일본 거리두기’와 무관치 않을 수 있다. 송세일 외무성 아프리카·아랍·라틴아메리카 국장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의 쿠바 제재를 비난하며 “꾸바당과 정부와 인민의 정의로운 투쟁에 전적인 지지와 연대성을 보낼 것이며 반제·자주, 사회주의를 위한 공동투쟁의 한길에서 언제나 꾸바 인민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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