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 공격은 타당한가?
국제인도법 위반 아니라는 주장 이어가
비례성의 원칙 등 고려할 때 과한 공격 반론도
가자지구를 침공한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 공격을 둘러싸고 전시 중 병원 공격이 어디까지 국제인도법상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공격은 미사일 오폭도 아닌 명백한 표적 공격이기 때문이다.
국제인도법의 대원칙인 제네바협약에 따르면 병원을 공격하는 행위는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다만 “병원이 상대에게 ‘해로운 행위’를 수행하면 보호받을 수 있는 지위를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병원이 명백하게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병원 내에서 공격이 이뤄졌을 경우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스라엘이 알시파 병원 지하에 하마스 지휘통제실이 있다면서,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알시파 병원은 보호 대상의 지위를 상실했다는 주장을 거듭 펼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도 이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미 CBS에 출연해 “미국은 무고한 사람들이 치료를 받는 병원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사태를 보고 싶지 않다”면서도 “하마스가 지휘와 통제, 무기 보관, 군인 수용을 위해 병원을 비롯한 많은 민간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는 공개된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왜 병원을 표적으로 삼는지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제앰네스티는 2015년 보고서를 통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부역한 사람들을 고문하는 장소로 알시파 병원을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물러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 지하에 지휘통제실을 건설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아직까지 알시파 병원 지하에 실제로 거대한 지휘통제소와 무기 창고가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한 적이 없다.
이스라엘은 과거 하마스와의 갈등 땐 인도주의를 앞세워 알시파 병원을 공격하지 않았지만,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끝장내겠다는 태도다. 척 프레일리히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NYT에 “이번 기회에 알시파 병원 지하에 있는 모든 것을 청소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통치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국제인도법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해 알시파 병원 공격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우선 알시파 병원 지하에 설령 하마스 시설이 있다 하더라도, 지상에 있는 병원 전체를 군사시설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가 존재한다.
미 에모리대 의학교수이자 법학과 겸임교수인 요엘 지보트는 미 매체 더힐 기고를 통해 “병원이 합법적인 군사 표적이 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로켓이 발사되는 등 외부를 향한 공격이 수행되거나, 의료 종사자들이 자기방어로 간주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전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알시파 병원이 이러한 조건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알시파 병원의 의료진들은 전투는커녕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이스라엘이 병원 주위에 배치한 저격수의 총에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미야 병원장은 전날 알자지라에 “병원 내에서 이동하는 모든 사람이 저격수의 공격을 받고 있다”면서 “인큐베이터 아기를 살피러 가던 의료진 한 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는 비례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미 공영라디오(NPR)는 “변호사들에 따르면 병원에서 설령 총격이 이뤄졌다고 해도 군대가 건물 전체를 파괴하고 수많은 민간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병원이 공격한 만큼만 이스라엘군이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병원에서 이스라엘군을 향한 공격이 이뤄지고 있는 정황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알시파 병원 공격을 조사하고 있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사리 바시는 NPR에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들이 알시파 병원에서 떠나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인도법은 또한 병원을 폭격하기 전 충분한 고지를 하고, 의료진과 환자가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보트 교수는 “나는 현직 중환자실(ICU) 의사로서 중증 환자를 옮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면서 “더 큰 문제는 이들을 어디로 옮기느냐는 것이다. 국제법상 보호를 받는 병원 밖으로 나간 환자들이 다시 공습에 노출될 경우 이들은 사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인용해 이라크 전쟁 당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미국조차 2004년 이슬람국가(IS)가 점령한 모술에서 군사 작전을 펼칠 당시 최전선에서 10~15분 이내에 긴급 의료 조치를 제공할 수 있는 ‘외상 안정화 지점’을 만들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가자지구를 봉쇄한 채 전역에 폭격을 가하는 이스라엘이 아무런 대책 없이 병원을 떠나라고만 하는 것은 “충분한 조처로 볼 수 없다”고 꼬집은 것이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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