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 전기차 공장 기공식…“50년 전동화 시대 시작”

[전기차]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정의선 회장이 기념 연설을 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울산에 전기차(EV) 전용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약 2조원을 투자해 2025년 공장을 완성한 뒤 2026년 1분기부터 연간 20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전동화 시대 100년 기업을 향한 도전’을 내세우며, 울산 공장을 미래 전동화 시대를 이끌 생산 허브로 만들겠다고 했다.

현대차는 13일 울산광역시 북구에 있는 공장에서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전기차 전용 공장은 과거 종합 주행시험장으로 사용하던 곳에 짓기로 했다. 축구장 80개 크기에 달하는 54만8천㎡ 규모 부지다. 이날 기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은 50년 전동화 시대를 향한 또 다른 시작”이라며 “이 자리에서 100년 기업에 대한 꿈을 나누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은 현대차가 아산공장을 1996년에 완공한 이후 29년 만에 국내에 짓는 신공장이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스포츠실용차(SUV) 전기차 모델을 이곳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현재 국내에선 울산·아산 공장 내 일부 생산라인을 활용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었다. 앞서 현대차그룹의 기아는 지난 4월 경기도 화성(오토랜드 화성)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현대차로서는 전기차 전환 흐름을 맞아 본격적인 생산 설비 전환에도 착수한 셈이다. 최근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자동차 시장의 흐름은 바뀌었다는 판단이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기공식에서 ‘전 세계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자 “기존에 해왔던 투자이고 코스트(비용) 절감이나 여러 가지 방법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운영의 묘를 살려서 해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전기차가 대세는 대세”라며 “미국 조지아 공장과 울산 신공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현대차는 정부가 공장 건설을 지원하는 때를 놓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5월 전기차 전용 공장을 국가전략기술을 생산하는 시설로 인정해 대기업의 경우 세액공제 규모를 기존 3%에서 올해 최대 15%로 대폭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정부는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 금액 대비 올해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는 10%의 추가 공제(임시투자세액공제)까지 해준다. 공장 건설 비용의 상당 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이날 행사에서 1968년 울산 공장을 지을 때부터 현대차 임직원들이 꿈꾸었던 미래가 전기차 공장으로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기존 기공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삽으로 흙을 퍼내는 행사나 테이프 커팅 등이 없이, 남여 신입사원이 ‘레버’를 당겨 디지털 영상이 스크린에 나오는 식으로 이를 구현했다. 과거 ‘포니’가 생산되었을 때의 울산 공장과 미래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 울산 공장의 미래를 한 화면에 대비시켜 담은 디지털 영상이었다.

울산 EV 전용공장 조감도. 현대차 제공

또 현대차는 새로 짓는 전기차 전용공장에 혁신적인 생산 설비와 임직원을 위한 최적의 근무 환경을 갖추면서 자연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달 중 준공하는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에서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적용해 노동자 안전과 편의성, 효율적 작업을 고려한 미래형 공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 태양광 발전 패널 등을 활용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한다.

다만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을 통한 고용창출 효과는 밝히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화 정도나 양산 대수 등 미래 변화를 가늠하기 어려워 고용계획은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울산/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