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도 210억 영끌, 400% 올랐던 이곳…어닝쇼크에 주가 '뚝'
올해 반도체 대장주로 평가받는 한미반도체가 추락했다. 어닝 쇼크(실적 충격)가 찬물을 끼얹은 결과다. 시장에선 잠시 주춤했을 뿐 반도체 시장의 발전과 함께 한미반도체 주가가 계속 올라갈 것이란 긍정적인 기대감과 이젠 하락세로 전환됐다는 비관론이 동시에 나온다.
13일 한미반도체는 전 거래일보다 8500원(12.82%) 내린 5만7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한미반도체의 주가는 402.61% 올랐다. 국내 반도체 후공정 업체들 중 가장 큰 폭이다. 하지만 3분기 어닝 쇼크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반도체는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12억원, 29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105억원)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한미반도체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MSVP(마이크로 쏘 비전 플레이스먼트) 부문의 실적 부진이 영향을 줬다.
한미반도체는 ISC, 하나마이크론 등과 함께 올해 반도체 후공정 대장주로 주목받았다. 전공정 기술 개발이 한계에 다다르자 HBM(고대역폭메모리)용 후공정 패키징 기술력과 관련 수요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한미반도체는 HBM 생산장비인 '듀얼 TC본더'를 SK하이닉스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 9월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약 1012억원 규모의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는데 이것이 HBM 필수 생산 장비인 3세대 하이퍼 모델 '듀얼 TC본더 그리핀'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이런 HBM 밸류체인(가치사슬) 내 한미반도체의 움직임을 주목했다. 아울러 최대주주의 연이은 지분 매입도 관심을 모았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7월28일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12차례에 걸쳐 총 33만8800주의 한미반도체 주식을 사들였다. 매수단가를 대입해 총액으로 환산하면 약 210억원 규모다.
삼성증권은 한미반도체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고 투자의견을 '매수', 목표주가를 기존 6만5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 외 고객사 확대 여부, 장비 단가 상승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류형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HBM3에서 HBM3e로 변하면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용 장비의 필요성이 늘어날 것"이라며 "장비 단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이어 "HBM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공급업계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고 내년 캐파(생산량·CAPA) 증설 목표 또한 올라가고 있는 걸 감안하면 TC본더 공급 물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한미반도체의 주가가 현재도 턱 끝까지 찬 상태란 의견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한미반도체의 주가수익배수(PER)는 61.55배다.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장비업체인 BE 세미컨덕터(BESI)와 디스코(Disco) 등이 35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걸 감안하면 한미반도체는 고평가를 받는다.
한 펀드매니저는 "한미반도체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가 높아져 오히려 국내 다른 후공정 업체들의 주식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진다"며 "한미반도체를 담고 있는 ETF(상장지수펀드)가 곧 상장해 일시적으로 수급이 좋아질 순 있으나 이후 추이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한미반도체는 주당 420원의 현금배당을 시행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총 407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매년 3월7일 기준으로 배당을 받으려는 주주들은 내년 3월7일 한미반도체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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