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끝난건 경기둔화가 원인…증시 반등 더 지켜봐야 [기고]
연말까지 중립적 접근 필요
공매도 금지 변수 등장에도
코스피 2400선 내외서 등락
내년 상반기엔 상황 좋아져
반도체 중심 주식비중 늘리고
이후엔 개별 종목에 관심을
올해도 어느덧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올해도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만만치 않게 흘러왔다. 작년 3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되면서 주식, 채권 등 주요 금융시장의 화두를 장악하고 있다. 경기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과 주식 가격은 모두 하락했다. 미국 금리가 강세를 보이면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에 최근 변화가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과 11월 두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고, 미국 경기를 보여주는 몇몇 지표에서 경제가 식어가고 있음을 나타내자,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주식시장은 반등하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기대감이 금융시장 분위기 반전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그렇다면 이제 금융시장은 다시 좋아질 수 있는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지금의 채권가격 상승, 주식시장 반등의 흐름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금리 하락의 배경에 '경기 둔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안 좋아지면 우리나라는 더 안 좋아진다는 의미다. 미국 소비가 둔화되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도 예상보다 개선세가 느려질 수 있다. 소비 비중이 높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주도이기에 수출이 개선돼야 경제 전반이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수출이 회복되면서 최근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느리지만 개선되고 있는데, 이 흐름이 바뀌면 경기 회복이 지연되거나 아예 꺾일 수도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 회복이 우리나라 수출과 경제 회복에 매우 중요한 시점인데,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 흐름이 반도체 산업 회복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지금 반도체 산업은 지난 1년 반 이상 재고 조정 기간을 지내고, 다시 재고를 쌓기 시작하는 단계다. 당분간은 재고 축적 수요로 인한 산업 회복이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완제품 수요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으면 반도체 회복의 사이클이 당초 기대보다 짧게 마무리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경기가 심각한 둔화를 겪지 않아야 우리나라 경제도 회복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확률은 높지 않지만, 금융시장에는 위험 요인이다. 지금은 경기 둔화를 보이는 경제지표가 발표되면, 시장 금리가 인하되면서 채권과 주식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연준이 지난 11월 FOMC에서 언급했듯이 시장금리가 높게 유지되는 환경이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낮춘다고 보면 시장금리가 지나치게 많이 하락할 경우, 반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시장금리가 지금처럼 가파르게 하락할 경우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져 금융시장에는 다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연말까지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 시장 모두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 입장을 가지기보다는 중립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매도 금지라는 변수가 등장했지만, 코스피는 연말까지 2400에서 100포인트 내외 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하락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주식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가지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연도가 바뀌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올해 말까지 방어적 태도를 유지했다면 내년에는 조금 낙관적으로 시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주요 중앙은행이 긴축 종료 신호를 보낼 것이고, 주식시장도 이에 호응해 레벨을 높여 나갈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내년 중반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더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이 없다는 신호가 확실하다면 시장은 긍정적인 해석을 하려고 할 것이다.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한다는 것은 경기가 식고 물가도 안정화 흐름을 보인다는 의미인데,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으로 경기 둔화가 심하지 않고, 회복 시기를 앞당긴다고 하면 주식시장은 환호하며 재상승 사이클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면 연말까지 특별히 바뀔 건 없다. 주요국 통화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이익도 크게 늘지 않는다. 오히려 내년이 더 나을 것이다. 따라서 연말까지 내년 준비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수익을 보존하면서 2024년을 위한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 다행히 악재는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 블랙스완급 악재가 없다는 가정하에 올해만 잘 버틴다면 내년에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상반기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주식 비중을 늘리고, 이후에는 개별 종목에 관심을 두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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