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지정학적 리스크 우려…안전자산 금 투자해볼만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11. 1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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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4분기 침체 가능성에
러·우크라 이어 이·하마스전쟁
위험회피 차원 투자대안 부상
국제 금값 2천달러선에 육박
JP모건 "내년 신기록 세울것"
환금성 높은 ETF 투자 편리

내년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며 위험회피(헤징)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 투자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 국내 금 시세(3.75g당)는 35만3000원으로 연초 대비 11%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금 시세도 최근 온스당 1950~1970달러 사이에 거래되면서 2000달러에 육박한 상황이다. 2020년 팬데믹 발발 이후 국제 금 시세는 35% 급등했다.

금 가격이 상승했다는 건 그만큼 시장에서 해당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다. 최근 원자재 시장에서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됐다가 정상화된 이후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 현재 미국의 단기금리인 2년물 국채 금리와 장기금리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근래 약 40bp(1bp=0.01%포인트)의 차를 보이고 있다. 만약 장·단기 금리 차 정상화 후 글로벌 침체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주식시장엔 큰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헤징을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목적으로 금으로 대표되는 대체자산에 시장의 수요가 더욱 몰릴 것이란 지적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역대 경기 침체가 발생한 기간 동안 금의 평균 수익률은 9.3%로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평균 수익률(-10.7%)을 크게 웃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2009년 금은 15.2%의 수익률을 보였는데, S&P500은 38.3% 하락했다.

에릭 놀랜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상무이사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2~4분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며 "금의 기대 수익률이 주식을 넘어서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최근엔 경기 침체 우려와 더불어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추가로 발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발생하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통상적으로 금 가격은 경기 순환 사이클상 정점에 도달한 후 하락할 때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국채 수익률 및 달러와 반비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달러인덱스가 하락하는 추세도 금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물가의 완만한 하락과 소비 둔화가 진행되면서 실질금리가 떨어져 금 가격 상승을 지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 밖에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귀금속 수요 확대 기대감도 있다. 금 수요의 절반 이상이 반지, 귀걸이 등 장신구용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기 반등이 귀금속 수요 확대에 중요한 요인으로 손꼽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귀금속 채굴기업인 뉴몬트의 톰 파머 최고경영자(CEO)는 "금 가격이 계속 오르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며 "만약 전쟁이 지속되면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국제 금 평균 가격으로 온스당 1990달러를 제시했다. JP모건은 연말까지 금 가격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서고, 내년에 신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금 상품의 인기는 올해 초 미국 지역은행의 파산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 경기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는 과정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상반기 금 수익률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직접 매입, KRX 금 시장 활용, 금융상품(펀드) 투자 세 가지가 있다. 실물자산 투자를 원한다면 골드바를 직접 매입할 수 있다. 다만 직접 투자의 경우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정부가 2014년 금 거래 양성화 방침에 따라 설립한 KRX 금 시장에선 소액 거래가 가능하다. 이곳을 통해 금을 거래하면 매매차익에 대한 배당 및 이자소득세가 없다.

가장 보편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법은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로 나뉘는데 주식처럼 간편하게 매매하고 환금성을 높이려면 ETF가 유리하다.

국내 ETF 시장에선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출시한 ACE KRX금현물 ETF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많다. ACE KRX금현물 ETF는 올해 들어 주가가 약 10% 상승했다.

해당 상품은 국내 시장에선 유일하게 금 현물에 투자한다. 한국거래소 금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 현물 1㎏ 가격 수익률에서 보관비용을 차감한 순수익률을 반영해 산출한 기초지수를 추종한다. 현물 ETF 특성상 롤오버(선물 계약 만기 시 신규 선물 계약)에 따른 부대비용을 줄일 수 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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