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실적도 언발에 오줌…요금인상 불발에 한전·가스공 앞길은

세종=김훈남 기자 2023. 11. 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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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3.10.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3분기 2조원 가까운 이익을 내며 재무부담을 한숨 덜었다. 올해 5월 소폭 전기요금 조정과 국제유가 안정세로 역마진(판매가격이 생산가격보다 낮은 상태) 구조를 일시적으로 벗어난 영향이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미수금 증가를 최소한으로 막으면서 급한 재무위기는 피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분쟁과 산유국 감산 움직임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데다 겨울철 전기와 가스 소비가 증가하는 계절요인은 여전하다. 양대 에너지공기업이 내놓은 42조원대 경영자구책 역시 속도를 못 내고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에 있어 3분기 '깜짝실적'이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전은 13일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24조4700억원, 영업이익은 1조996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1년 1분기 이후 10개 분기만에 흑자를 낸 것. 한전 측은 "2022년 4월 이후 올해 3분기까지 5차례의 요금조정과 연료가격 안정화로 연결재무제표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도 같은 날 연결기준 매출 7조8893억원, 영업이익 2304억원의 3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실제 적자에 해당하는 도시가스용 미수금(가스를 수입해 온 금액 중 실제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3분기 누적기준 12조5202억원이다. 전분기 대비 2767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3분기 실적을 두고 시장예상을 뛰어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증권사 10곳이 전망한 한전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5561억원이었고 가스공사 역시 3분기 미수금이 14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 대를 유지한 데다 올해까지 요금조정이 있었던 한전의 경우 역마진 해소로 인한 어닝서프라이즈가 있었다. 요금조정이 없었던 가스공사역시 국제 연료가격 안정세 영향으로 미수금 증가를 최소화했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이번 깜짝실적이 두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구조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기준 201조원 규모 부채를 지고 있고 누적적자는 47조원에 달한다. 한전의 이자비용만 해도 1년에 4조원을 넘어서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흑자는 반년 이자만 겨우 더는 수준이다. 여전히 원가회수율이 100%미만인 가스공사는 미수금 확대를 최소화하는데 그쳤다.

두 에너지공기업이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밝힌 자구방안도 속도를 못내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8월 자산매각과 사업조정, 비용절감 등 총 25조7000억원 규모 경영자구안을 밝혔다. 2026년까지 알짜 부동산을 팔고 조직개편, 비용 감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지만 올해 8월기준 이행실적은 9조4000억원에 그쳤다.

한전 자구안 가운데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 부지와 한전아트센터 매각·임대 등 부동산을 통한 자금 동원의 경우 최근 둔화된 부동산경기와 까다로운 매각조건 등 장애물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최근 추가 요금인상을 요구하며 13년만의 희망퇴직과 서울 공릉동 인재개발원 부지, 자회사 한전KDN 지분 매각 등 추가 자구안을 내놨지만 재무개선 효과는 1조원 남짓에 그칠 전망이다. 가스공사 역시 임금 인상분 반납과 인력재배치, 프로농구단 운영비 삭감 등 15조4000억원대 경영 자구안을 추진 중이지만 진행속도는 한전과 비슷한 사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두 공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을 위해선 요금 조정을 통한 역마진 구조 해소와 에너지 사용량 감축이 필수적이다. 사용자 요금을 올려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를 개선하고 소비자에겐 가격효과에 따른 에너지 사용절감을 유도해야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공공요금 조정의 키를 쥐고 있는 정부와 여당은 2024년 4월 예정인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까지 추가 공공요금 인상이 없다고 못박은 상황이라 한전·가스공사의 재무상태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전은 가을철 전력수요가 떨어진 상황에 국제유가 안정세로 인해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이고 가스공사의 미수금 역시 국제유가 안정세 영향이 컸다"며 "이번 실적으로 그간 적자와 재무상태를 개선하기 어렵고 탄소중립 전환과 송배전망 등 향후 투자가 집중되는 만큼 국민께 양해를 구하고 요금 인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한다"고 말했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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