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논란’에 차갑게 식은 청약시장…내년엔 다를까?
고금리‧고분양가 환경에 ‘옥석 가리기’ 본격화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로또'로 비유되며 완판 행진을 이어오던 청약시장의 기류가 달라졌다. '고분양가 논란'에 휘말린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 대까지 떨어지면서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자금 부담이 가중된 데다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분양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고되면서, 가격과 입지에 따라 수요가 몰리는 분양시장 '옥석 가리기'는 심화할 전망이다.
"왜 이렇게 비싸" 했던 단지들, 미분양 속출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단지 가운데 마감에 실패하고 미계약이 속출하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일 분양한 서울 도봉구 '도봉 금호어울림 리버파크'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8대 1 수준에 그쳐 마감에 실패했다. 이 단지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최고 9억59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1억원가량 비싸게 책정됐다는 평을 들었다.
지난달 31일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도 특정 타입에서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최저 당첨가점은 32점(3단지 84㎡D 타입)에 불과했다. 32점은 부양가족 없는 1인 가구도 당첨될 수 있는 수준이다. 4000세대 이상 대단지의 당첨가점으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단지 역시 3단지 기준 분양가가 13~14억원으로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밖에 최초 분양 때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계약을 앞두고 취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분양한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14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으나 미계약이 속출하면서 선착순 계약을 진행했다. 같은 달 분양한 서울 구로구 '호반써밋 개봉'도 청약 경쟁률은 25대 1 수준이었지만 미계약 등으로 72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7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서울 성북구 '보문센트럴아이파크' 역시 24가구의 취소 물량이 나왔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들은 여전히 '후끈'
문제는 향후 분양을 앞둔 대다수 단지가 고분양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고금리와 자잿값 급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 이슈로 분양가 상승세가 계속돼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서울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은 3.3㎡당 3200만원으로, 1년 전 대비 14.0% 상승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나오는 데다 매수 심리도 위축된 터라, 당분간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모든 단지가 흥행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평가를 들은 일부 단지에는 실수요가 몰리면서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령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동탄2신도시 '동탄레이파크 자연앤 e편한세상'은 240대 1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인근 시세보다 2~3억원가량 저렴하게 책정됐다. 서울 용산구 '호반써밋 에이디션'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시세 대비 5억원가량 낮게 분양돼, 163대 1 수준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때문에 향후 분양 성적표는 분양가와 입지에 따라 갈릴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당장 이날(13일) 서울 송파구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의 특별공급이 시작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곳으로, 시세 대비 3~4억원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투기과열지구에 해당해 30%를 추첨으로 공급하는 터라, 업계에선 이 단지의 청약 경쟁률이 최소 세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재당첨 10년, 전매 3년 제한에 실거주 2년 의무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내년에는 입주 물량 절벽이 예고된 터라, 청약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921가구에 그쳐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3만2795가구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경기도(11만843가구)와 인천(2만5516가구)을 포함한 내년도 수도권 전체 물량 역시 14만7280가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입주 물량이 15만 가구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입주 물량 감소가 결국 청약시장 과열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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