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경제숨통 끊어" 與·경제계 건의...尹, 거부권 수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에 대해 이르면 이달 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들이 각각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공영방송의 좌편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부와 여당은 물론 경제계 등에서도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어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서는 등 이 법안들의 문제점을 강조하는 대국민 여론전을 강화키로 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달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검토 절차를 진행한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국회 논의를 지켜보면서 직접적인 언급은 삼가 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관계 부처의 의견수렴 등 절차를 충분히 거쳐서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 참석과 영국 국빈 방문, 프랑스 방문 등 일련의 해외 순방 일정을 고려하면 이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이 심의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 제53조에 근거한다. 대통령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된 재의요구안은 주무부처 장관과 국무총리의 서명에 이어 대통령의 서명으로 재가된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헌법 가치에 반하는 법안, 이해당사자들의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법안, 포퓰리즘 등으로 국가 경제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 법안 등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왔다. 이미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법(포퓰리즘 법안)과 간호법(직역 간 갈등) 등이 이런 이유였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강행 처리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노동계 등은 그동안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가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권을 침해해왔다면서 법안 통과를 요구해왔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는 등 지배구조 변경의 내용을 담고 있다. 좌편향된 시민단체 등의 입김이 거세질 것이란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권에선 공영방송 이사 구성이 다양화돼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여당과 경제계에선 이들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회복되는 우리 경제의 숨통을 끊어놓을 노란봉투법과 공영방송을 민주당 사내방송화하는 방송3법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국민과 나라를 위해 윤 대통령이 이들 법률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줄 것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파업을 잠시나 고민하게 했던 최소한의 제어장치마저도 없애 버리겠다고 나선 것"이라며 "그렇게 중요했다면 민주당 집권 시절 내내 입법하지 않고 있다가 야당이 되자 갑자기 날치기까지 동원해 입법을 강행하겠다는 속셈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수 없다"고 말했다. 또 방송법에 대해서는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송환경을 계속 누리기 위해 민주당은 민주노총의 노영방송을 영구화하는 법률안을 날치기 통과시키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경제계도 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 법으로 인해 노사관계가 파탄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경제6단체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 경제6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개정안은 원청업체에 대한 쟁의행위를 정당화시키고 노조의 극단적인 불법 쟁의행위를 과도하게 보호해 우리 기업과 경제를 무너뜨리는 악법"이며, "가장 큰 피해는 일자리를 위협받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세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안이 가져올 경제적 위기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남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길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했다.
앞서 정부도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건의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한덕구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해당 법안들의) 문제점과 부작용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국익을 위한 방향이 무엇인지 깊이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달 9일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3법은) 정치적 용어로 좌파의 언론 장악을 영속하겠다는 법안"이라며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한 대국면 여론전도 시작한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당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를 통해 온라인 필리버스터를 진행키로 했다. 국민의힘 중앙당사 스튜디오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과 김승수·홍석준·김형동 의원,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차례로 발언에 나선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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