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소수 기업이 시장 지배…소비자 부담 커져요

황정환 2023. 11. 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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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독과점
Getty Images Bank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카카오모빌리티와 은행의 독과점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독과점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이기에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은행에 대해서는 “갑질을 많이 하고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라며 “은행의 독과점 시스템을 자꾸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2023년 11월 2일 자 한국경제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택시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와 은행들을 독과점 기업으로 규정하고 제재를 예고했다는 기사입니다. 윤 대통령은 경제학의 ‘독과점 이론’을 정부가 규제에 나서야 할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한국과 같은 자유시장경제 국가에서 기업활동의 자유는 보장해야 하지만, 독과점 기업에 대해선 ‘예외’란 것입니다. 오늘은 독과점이 무엇이고, 정부의 말처럼 제재하는 것이 정당한지 알아보겠습니다.

시장은 경쟁의 강도와 생산자 수에 따라 크게 완전경쟁시장, 독점시장, 과점시장으로 구분합니다. 완전경쟁시장은 상품의 생산자가 무수히 많고, 새로운 공급자가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진입장벽’이 전혀 없어 누구도 초과이윤을 거둘 수 없는 시장입니다.

이와 반대의 개념이 단 1개 기업만 상품을 공급하고, 진입장벽이 높아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독점시장입니다. 독점시장에선 대체재가 없어 기업이 가격의 결정권을 가집니다. 그리고 소수의 기업이 경쟁하며 상품을 공급하는 곳을 과점시장이라고 합니다. 과점기업들은 독점시장만큼은 못하지만 꽤나 큰 가격 결정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독점은 한 기업이 원료 등 중요 투입 요소의 전체 공급을 장악하고 있거나, 잠재적 경쟁자가 따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생산비용이 낮은 ‘규모의 경제’가 있을 때 발생합니다. 경쟁 업체를 인수·합병(M&A)하거나 정부로부터 특허권이나 전매권을 인정받는 식의 인위적 독점도 존재합니다. 과점이 만들어지는 원인도 이와 유사합니다.

독과점이 규제 대상이 되는 이유는 경쟁의 제한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먼저 독과점 시장에선 경쟁이 제한되다 보니 기업들이 완전경쟁시장에서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이윤 극대화를 위해 공급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갑니다.

독과점 시장에선 기업들이 진입장벽을 쌓는 데 불필요한 비용을 들일 수 있고, 그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설비를 증설하고, 경쟁자가 사라지면 비용을 회수하려고 가격을 올린다거나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 등에 로비를 하는 데 돈을 쓰는 것이지요. 경쟁이 없다 보니 기술혁신의 동기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카카오와 은행들의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윤 대통령은 택시 호출 플랫폼 시장에서 점유율이 95%에 달하는 카카오를 사실상 독점기업으로 봤습니다. 2015년 서비스 출범 당시엔 무료로 시작한 호출 서비스가 유료화되고, 피크 시간대엔 추가 요금을 내는 가맹 택시로 호출을 유도한 것이 전형적인 독과점의 폐해란 판단입니다.

은행 산업은 5대 대형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주도하는 과점체제입니다. 은행은 파산 시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보니 정부가 인가 등 규제를 통해 진입장벽을 보호해주고 있는 산업이지요. 정부는 규제로 과점체제를 보호받는 은행들이 고금리 국면 속에서 올 들어 3분기까지 31조 원의 이자이익을 얻은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먼저 정부의 독과점 규제가 오히려 혁신의 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창조적 파괴’로 유명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완전경쟁체제에선 경제적 이윤이 없어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나설 이유도 없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는 되려 충분한 독점이윤이 있어야 기업들이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게 되고 기술 혁신도 이뤄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관점에서 카카오 사례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가 택시 호출 시장을 장악한 것은 ‘카카오택시’란 앱 이전에 전 국민이 쓰는 무료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0년 출시된 카카오톡은 국민 서비스로 자리 잡기까지 자본금의 2배가 넘는 210억 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유명하지요.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기업의 가격 설정에 관여하는 것이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 매력을 낮춰 되려 독과점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개입보다는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생각입니다.

황정환 기자

NIE 포인트

1. 완전경쟁시장과 독·과점 시장의 차이를 비교해보자.

2. 독·과점이 발생하는 원인을 연구해보자.

3. 독·과점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타당한지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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