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덜 쓰고 대전 가는 중국 관광객…‘카드 소비 빅데이터’ 최초 공개

장혁진 2023. 11. 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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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관광객 '카드 소비' 데이터
면세점 줄고 할인점·편의점 늘어
매출 상위 5개 도시에 '대전'
달라진 소비에 '성장 견인' 물음표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성향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KBS가 오늘(13일) BC카드 신금융연구소로부터 입수한 중국 '유니온페이(은련카드)'의 2019년, 2023년 소비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중국인 관광객은 주로 유니온페이로 결제하며, 유니온페이는 대부분 BC카드와 연동된다. BC카드가 중국인 소비 데이터만 따로 추출해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유커' 가고 '싼커' 온다

'큰 손' 중국인 관광객의 주요 소비처였던 면세점 매출 비중은 크게 줄었다. 올해 9월까지 중국인들이 쓴 돈 중에 면세점 비중은 35.9%로 2019년 같은 기간(63.1%)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특히, 매출 건수로 보면 2019년 절반(50.9%)에서 올해는 13%로 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백화점의 경우 매출액 비중은 4년 전과 올해가 비슷하지만, 건수로 보면 7.1%에서 3.9%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대신 대형할인점(마트, 아웃렛 등)과 편의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대형할인점은 순위가 8위(1.3%)에서 5위(3.8%)로 뛰어올랐고, 편의점(1.5%)이 상위 10개 업종에 처음 진입(9위)했다. 편의점 매출 건수는 전체의 10%에 가깝고, 업종 중 순위는 4위에 해당한다. 면세점·백화점에서 명품 등 고가품을 사던 과거 패턴이 '저가·실속형'으로 바뀐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약과를 편의점에서 구매하고 있다 [촬영기자 서원철]


여행 방식이 달라진 영향도 있다. 올해 8월 중국인의 단체 관광이 재개됐지만, 유커(游客·단체 관광객)보다는 싼커(散客·개별 관광객) 중심의 관광이 많아졌다. 싼커들은 주로 중국 내 MZ 세대로, 스마트폰으로 관광 계획을 짜고, 단체보다 친구끼리 방문한다.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을 찾기보다 SNS에서 입소문을 탄 물건 구매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 싼 값 찾아 경기도 외곽으로

지역별 데이터를 보면 중국인 관광객의 '알뜰 소비'가 더 뚜렷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에서 소비하는 경향이 여전히 압도적(79%)이지만, 매출 비중과 건수 모두 4%가량 줄었다. 서울을 제외한 매출 상위 5개 지역을 보면 경기도의 매출 증가(비중 11.3% → 28.8%, 건수 13.3% → 31.1%)가 두드러졌다.


중국인은 경기도의 어느 곳을 갈까? 올해 경기도 내 매출 비중 상위 3곳은 성남 분당(28.8%)·여주(10.3%)·김포(9.3%)였다. BC카드 측은 성남 분당은 네이버·카카오 본사 소재지로, 인터넷 쇼핑 매출 발생 영향으로 분석했다. 온라인 효과를 빼면 중국인 관광객들이 오프라인 쇼핑으로 경기도 여주와 김포를 많이 가고 있다는 설명이 된다. 두 곳의 공통점은 '아웃렛'이다.

여주·김포에서 아웃렛을 운영 중인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지난 8월 단체 관광 재개 후 관광버스를 대절해 오는 중국인 쇼핑객들이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김지우 현대프리미엄아웃렛 김포점 판매기획팀 선임은 "공항이 가깝다는 이점 때문에 더 많이 찾는 것 같다"라면서 "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를 많이 구매하는데 다른 외국인 관광객보다도 객 단가(1인당 쇼핑 구매액)가 높은 특징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 유성 온천, 성심당으로?…대전을 가는 이유

4년 전 상위 5개 지역에 없던 대전이 순위에 진입한 것도 눈에 띈다. 제주·인천·부산의 매출 비중과 건수 하락세는 선명한데, 의외로 대전 지역 매출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1%대로 크게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분석을 진행한 BC카드 신금융연구소 우상현 부사장은 “엔데믹을 맞아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전국 단위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 안에서 유성구의 매출 비중 증가(2019년, 18.1% → 2023년, 50.8%)가 가팔랐다. 전통적 관광지인 '유성 온천' 주변에 2021년 5성급 호텔이 들어서고, 2020년엔 충청권 최초로 아웃렛이 개장하는 등 관광 인프라가 좋아진 영향으로 BC카드 측은 분석했다. 성심당같이 대전에서 유명한 '빵지 순례' 장소가 중국인들 사이에 퍼진 것일 수도 있다.

■ 중국인 관광이 GDP 성장 견인?

달라진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성향은 우리 경제에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올해 중국인들이 대형 할인점에서 쓴 돈은 백화점 대비 35.2%, 면세점 대비 10.5%에 불과하다. 아웃렛·대형마트에서 중국인이 쓴 돈은 면세점에서 쓴 돈의 10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중국 리오프닝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100만 명 증가하면 우리 GDP 성장률은 0.08%p 높아질 거라 내다봤다. 지난해 중국인 입국자는 22만 7천 명 수준이었는데, 올해 9월까지 중국인 입국자는 129만 5천만 명 정도다. 앞으로 더 들어올 중국인 관광객까지 감안하면, 우리 성장률을 0.1%p가량 끌어올릴 거라고 기대할 수 있다.

지난 10일 경기도 김포의 한 아웃렛으로 쇼핑을 온 중국인 관광객 [촬영기자 강승혁]


하지만 이런 기대는 중국인 관광객이 '예전처럼 면세점·백화점 등에서 많이 소비할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100만 명 이상 들어 오더라도, 정작 쓰는 돈이 많지 않으면 우리 성장을 견인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9일 발표된 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경기 침체 우려를 더 키웠다. 중국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중국인들이 한국 여행 자체를 잘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오더라도 '알뜰 소비'를 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인의 단체 관광 재개로 우리 여행 수지의 극적인 회복도 함께 기대됐지만, 9월에 나타난 효과는 미미했다. 한국은행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8일 '9월 국제수지 설명회'에서 9월 중국인 입국자 수가 코로나 19 이전의 절반 수준에 그친 배경에 대해 "과거에는 '따이공'(보따리상)과 '유커' 관광객 비중이 컸는데 이제 '싼커'로 불리는 개별 관광객 중심으로 중국인 여행의 패턴이 바뀐 것도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 부진에 한 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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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진 기자 (analog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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