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엔클로니 대표 "알약 검사·각인 한 번에…경쟁력 자신"
세계 최초 개발 정제 인쇄&검사 통합 장비(PLPI) 선봉…獨·日 법인 통한 현지화 전략 구축
"전 공정 통합 및 간소화 목표…제약산업 성장세 뒷받침 하는 장비 분야 리딩기업 될 것"
"제약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이 산업을 뒷받침하는 제약 장비 분야의 리딩 기업이 되겠습니다."
제약 외관 검사 및 인쇄 겸용 자동화 장비 전문 업체 엔클로니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정제 인쇄&검사 통합 장비(PLPI)를 앞세워 시장 선도에 나선다. 이 회사는 외산 장비에 의존하던 제약 검사장비 국산화 선봉장으로 꼽힌다. 기존 기계장치에 의존하던 장비 한계를 전자장비 도입 등으로 극복하고, 제약 전공정 자동화를 통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제약 검사장비 시장은 일반적인 의약품 시장 흐름과 다르다. 미국·유럽은 의약품 기준을 선도하고 있지만, 제약 검사장비 분야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다. 완성된 의약품이 아닌 제조 공정을 집중해서 보는 성향이 짙기 때문이다. 공정 상 문제가 없다면 완성품에 대해 세밀히 살피지 않는 편이다.
이에 제약 검사장비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일본이다. 글로벌 시장의 5분의 1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역시 과거엔 일본 장비에 전량 의존했다. 반도체 검사장비 전문가였던 이경호 엔클로니 대표는 이점에 주목했다. 그는 국내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으로 2013년 엔클로니를 설립했다. 정제나 캡슐 형태로 완성된 의약품의 외관을 검수하고, 각인하는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다.
엔클로니는 설립 이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정제·캡슐 검사 장비 'PLANET'을 비롯해 △PLANET 대용량 장비인 'PLANET 2X' △UV 레이저 정제 인쇄 전용 장비 'PLP' △PLANET 밀폐형 장비 'PCI' 등을 잇따라 시장에 선보였다. 기존 기계식 장비에 전기전자, 소프트웨어, 광학 기술 등을 접목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자동화 한 것이 특징이다.
이경호 대표는 "기존 제약 장비가 기계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회사는 소프트웨어(SW)적인 요소를 접목해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는 전략을 선택했다"며 "해당 경쟁력이 최근 글로벌 트렌드인 무인화 등과 부합하면서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제약 제조 공정 과정은 크게 '원료배합-타정-코팅-인쇄-검사-포장' 등 6단계로 구분된다. 현재 엔클로니가 집중하고 있는 영역은 인쇄와 검사다. 인쇄 분야에선 UV 레이저 방식을 적용해 기존 잉크 인쇄 방식의 품질 오염 위험성을 낮췄다. 기존에 육안으로 이뤄지던 검사 영역은 전자장비를 활용한 자동화 검사를 통해 정확성과 정밀도를 높였다. 자동화 공정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도 뒤따랐다.
엔클로니는 차별화 경쟁력을 통해 2018년 화이자를 시작으로 얀센과 애브비, 마일란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연달아 자동선별기 공급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선진시장에서 먼저 회사 경쟁력을 알아본 셈이다. 국내 비상장자로는 고무적 성과지만, 이 대표는 본격적인 성장세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라고 자신한다.
자신감의 동력은 올해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된 'PLPI'(PLANET Laser Printing & Inspection)다. PLPI는 자동 검사와 레이저 인쇄를 동시에 해주는 장비다. 두 가지 공정을 한번에 진행하는 장비는 세계 최초다. 한 시간에 30만~40만정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어 공정 통합은 물론, 효율성 제고도 가능하다.
혁신 장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빨랐다. 우선 영업을 시작한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앞다퉈 도입을 시작했다. 올해 기준 전체 공급 시장의 80%를 점유할 만큼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해외에선 기존 장비 공급 업체였던 화이자가 지난 8월 도입했다.
이 대표는 "제약 검사장비 해외 수주 계약 후 2년 정도 후에 매출이 인식된다. 코로나19 여파에 해외 영업이 원활치 않았던 탓에 지난해 해외 매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매출도 감소했다"며 "하지만 올해 PLPI 국내 영업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이 낙관되며, 유럽·일본법인을 통해 적극적 해외 영업 기반을 다진 만큼 지속적인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클로니는 지난 2021년 유럽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화이자와의 PLPI 공급계약 역시 유럽(독일) 법인을 통해 거둔 성과다. 올해는 세계 최대 제약 검사장비 시장인 일본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글로벌 선두주자인 일본 시장에서도 회사 경쟁력이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배경이다.
이 대표는 "해외 진출은 코로나19 당시 정상화 이후 매출 극대화를 위해 고민한 결과로 현재 미국과 중국도 현지법인 설립을 계획 중이다"며 "내년 역시 신규 제품이 출시되는 만큼, 빠른 해외 진출과 가파른 실적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클로니는 현재 주력 사업인 검사&인쇄를 넘어 제약 전 공정의 자동화·무인화에 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PLPI로 대표되는 통합 장비는 각 공정과 공정을 통합하는 중간단계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개발 중인 타정 자동화와 검사를 한번에 진행하는 장비를 비롯해 모든 공정의 간소화를 통해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한 발판으로 내년 하반기 코스닥 상장 도전에 나선다.
그는 "현재 회사는 공정과 공정을 통합하는 중간단계에 있고, 향후 모든 라인의 무인화를 이룩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엔클로니라는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향후 제약 디바이스 사업을 비롯해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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