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한숨 돌리나···이·하마스 사태에도 70달러대로 하락

이윤주 기자 2023. 11. 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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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가격, 93.68→77.17달러로 하락
국제유가, 최근 3주 간 13% 하락 흐름
미·중 수요 둔화 우려 커져 유가 안정세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3개월 만에 1600원대로 내려온 가운데, 지난 주말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말 배럴당 9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유가가 최근 70달러 선까지 빠르게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중동 지역의 불안을 키워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이것이 전세계 물가오름세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단은 잦아드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전쟁이 주요 산유국을 포함한 중동지역 역내의 전쟁으로 확산돼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13일 뉴욕상업거래소 통계를 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9월27일 배럴당 93.68달러까지 상승했다가, 지난 10일(현지시간) 77.17달러까지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지난주 일주일간 4.2%, 최근 3주 동안 13%나 하락하면서 하향안정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가격도 지난 9월27일 배럴당 94.36달러에서 지난 10일 81.43달러로 내려왔다.

국제유가가 빠르게 하향곡선을 그리는 것은 전세계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다. 일단 현재까지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국제유가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대부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장기간 웃돌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예기치 못한 전쟁 변수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할 경우 물가잡기가 더 어려워지고, 내년도 물가나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지속돼왔다. 또 중동 산유국들의 냉방기간이 끝나고, 미국 내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공급 측면에서도 유가가 안정 흐름을 보였다.

중동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은 제한적인 반면, 미·중을 중심으로 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유가는 하락하고 있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를 걱정해야할 처지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2% 떨어져 세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PPI 역시 13개월 연속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중국의 내수도 얼어붙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경기가 여전히 양호하지만, 고금리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그 힘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미국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7로 전월 49보다 낮았다. 이 지수가 50을 밑돌면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중동 불안이 더이상 커지지 않고, 주요국의 수요 둔화 우려는 커지면서 유가는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것으로 시장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되지 않는다면 유가는 배럴당 70~80달러 초반 수준에서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 내 원유생산 증가에 맞서 사우디 등이 추가 감산이라는 맞대응 카드를 내놓을 수 있지만 중동 불안을 감안하면 당장 사우디가 추가 감산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중동 전체로 확산하고 이란 등 주요 산유국이 참전할 경우에는 언제라도 다시 국제유가가 폭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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