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먹는 '비만약' 임상 곧 시작… 위기 속 돌파구 될까

이창섭 기자 2023. 11. 13. 15: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구용 비만약, 오는 15일 임상 1상 시작
먹는 GLP-1 치료제 대유행… AZ도 2.5조에 도입
올해 고강고 경영쇄신 나선 일동제약, R&D 성공 절실

일동제약의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가 곧 임상 시험에 들어간다. 2019년 첫 연구를 시작한 지 4년 만이다. 먹는 GLP-1 계열 치료제는 최근에도 2조6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거래를 성사시켰다. 현재 헬스케어 산업에서 가장 관심받는 분야다. 최근 위기를 맞아 뼈를 깎는 쇄신에 들어간 일동제약이 먹는 비만약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이 개발하는 당뇨·비만 치료제 'ID110521156'가 오는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임상 1상에 돌입한다. 건강한 성인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약의 안전성 등을 평가한다. 임상시험 예정 종료일은 내년 4월15일이다.

ID110521156은 캡슐 형태의 먹는 약이다. 우리 몸의 호르몬인 GLP-1(글루카곤유사 펩타이드-1)에 작용하는 치료제다. GLP-1 호르몬은 체내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혈당을 낮추고 식욕 억제, 위장 운동 저하 등을 유발한다. 이를 이용한 당뇨·비만 치료제가 다양하게 개발돼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일동제약은 2019년부터 이 치료제를 개발했다. 비임상시험을 진행하다 R&D(연구·개발) 4년 만에 본격적인 사람 대상 시험에 돌입했다.

GLP-1 호르몬에 작용하는 치료제는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다. 주사만 맞아도 몸무게가 최대 20㎏까지 빠진다는 임상 결과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일라이릴리 주가는 올해에만 70% 급등했다.

GLP-1 계열 치료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당뇨·비만보다 심혈관 질환 예방에 더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 11일 NEJM(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에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를 주 1회 투약하자 환자의 심장마비·뇌졸중 사망 위험이 20% 낮아졌다.

일동제약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GLP-1 작용제 개발에 뛰어든 셈인데 '경구용'이라는 게 특징이다. 주사제가 아니라 먹는 약이다. 기존 GLP-1 약물은 주사제였다. 스스로 자기 몸에 바늘을 꽂아야 해서 편의성이 떨어졌다. 2019년 최초의 경구용 GLP-1 당뇨 치료제가 승인됐고 일동제약도 이에 맞춰 개발을 시작했다.

일동제약은 ID110521156의 개발 배경으로 "여전히 비용적 측면에서 다른 저렴한 경구용 소분자 제제(SGLT2 저해제)를 넘어서기에는 한계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따라서 1일 1~2회 복용하는 경구용 소분자 GLP-1 작용제 개발은 기존 치료제의 임상적 유용성은 유지하면서도 비용·효과성으로 당뇨 시장 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9일 중국의 바이오기업 에코진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을 무려 20억달러(약 2조6500억원)에 도입했다. 이 또한 GLP-1 계열의 당뇨·비만 치료제다. 1일 1회 먹는 약으로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6월 자체적으로 개발하던 경구용 GLP-1 약물을 포기했다. 겨우 5달 만에 외부로부터 후보물질을 도입한 것인데 다국적 제약사가 경구용 비만약 개발에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동제약의 ID110521156에 기대감이 쏠리는 이유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높은 금액으로 기술수출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경영 악화로 위기에 빠진 일동제약에 돌파구를 마련해줄 유력한 후보다.

일동제약은 지난 1일 지분 100% 자회사인 '유노비아'를 출범했다. 신약 개발과 판매를 분리해 일동제약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해마다 1000억원이 넘는 공격적인 R&D 비용이 일동제약의 수익성 악화에 기여했다. 유노비아는 ID110521156을 포함해 일동제약의 핵심 파이프라인을 넘겨받아 개발한다.

일동제약의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은 161억원이다. 12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의 186억원 영업손실 대비 13.6% 감소했다. 지난 5월부터 진행한 희망퇴직 등의 고강도 경영쇄신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