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정우성, 현장에서도 철저히 외롭길 바랐다"[인터뷰]①

김보영 2023. 11. 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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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과 다섯 번째 작업…순수하고 괜찮은 사람"
"외로움을 독보적으로 표현하는 배우"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김성수 감독이 영화 ‘비트’부터 ‘서울의 봄’까지 다섯 작품에서 함께한 배우 정우성과의 작업 소감과 오랜 기간 함께하며 다진 동지애를 전했다.

김성수 감독은 영화 ‘서울의 봄’ 개봉을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하나회라는 군 내 사조직을 이끌었던 전두환과 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이 일으켰던 군사 반란 실화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 시사회 이후 평단과 매체의 극찬을 이끌어내면서 입소문의 힘을 받아 개봉 열흘 전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성수 감독의 전작 ‘아수라’에서 호흡을 맞춘 황정민과 정우성이 출연했다. 황정민이 당시 군사 반란을 주도한 실제 인물 전두환을 모티브로 만든 가상 인물 보안사령관 ‘전두광’을 맡아 민머리 특수분장으로 파격 비주얼, 연기 변신을 꾀했다. 정우성은 군사반란으로부터 서울을 지켜내기 위해 외롭게 맞서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할을 맡았다.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의 호흡은 정우성을 청춘스타로 만들었던 영화 ‘비트’를 시작으로 한국 버디 영화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태양의 없다’, ‘무사’, ‘아수라’, 최근 개봉을 앞둔 ‘서울의 봄’까지 다섯 번째다. 햇수로만 26년 이상의 오랜 인연이다.

김성수 감독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정우성과 함께 작업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비트’를 같이 하며 서로 잘됐기 때문에 이 사람과 작업을 함께하면 더 좋지 않을까란 믿음이 생긴 것 같다”는 너스레로 웃음을 유발했다. 그는 정우성에 대해 “사람이 굉장히 순수하고 인간이 괜찮다”며 “‘비트’ 때만 해도 정우성은 엄청 내성적이고 조용하면서 특이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괜찮았기에 친하게 지내왔고,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여러 작품에 함께하게 되고 인간적 관계가 형성된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태신’ 역에 정우성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선 “황정민 씨가 먼저 전두광에 캐스팅되고 수도경비사령관의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사실 실제 수도경비관을 지냈던 인물의 캐릭터는 정말 호랑이같고 불같으신 분”이라며 “하지만 난 이 캐릭터를 전두광과 반대되는 ‘물’의 느낌이 나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기에 완전히 다른 인물로 바꿨다. 이름도 실존 인물과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게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활화산같은 전두광에 비해 이태신은 나중이 될수록 점차 주변 사람들이 다 떠나고 외로이 남는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캐릭터가 기세등등한 것보다는 혼자 외롭게 남아도 흔들림이 없고 지조있는 선비같은, 또 품위와 자기 고집을 가진 그런 남자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김 감독은 “우성 씨가 실제로 그런 사람이다. 요즘 관객들이 볼 때도 마초같고 크게 소리지르는 강력한 리더보단 오히려 이런 사람이 더 설득력이 있고 믿음이 가고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다”며 “정우성의 선한 이미지를 이태신에 녹여내고 싶었다. 우성 씨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고쳤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우성은 이미 비슷한 느낌의 영화 ‘헌트’의 김정도 역할을 했었기에 김성수 감독의 제안을 한 차례 고사했었다고. 김성수 감독은 그럼에도 정우성이 제안을 수락할 때까지 끈질기게 러브콜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는 “‘헌트’에 비해 실제감이 가미된 영화로서 캐릭터의 결이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고 당시 생각을 밝혔다.

정우성이 이태신을 연기하며 배역으로서도 실제 배우로서 현장에서도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길 바랐다고도 전했다. 김성수 감독은 “우성 씨와 저는 협업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 사람이 영화 ‘비트’를 했던 당시에만 해도 정말 소심하고 의견을 안 내고 그랬다. 그럴 때도 내가 먼저 정우성 씨에게 의견을 내고 아이디어를 내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래서인지 저랑 작업할 때 우성 씨가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그런다”면서도 “다만 이 영화는 중반 넘어가면서부터는 이태신이 점점 고립된다. 실제 우성 씨도 연기하며 너무 고독할 정도로 외롭다고 토로하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그 때 저는 마음 속으로 ‘당신은 그렇게 느껴야 해, (이태신으로서) 그게 맞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또 우성 씨가 외로움의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 사람 마음이 어떤지 모르지만 외로움을 표현할 때 다른 사람이 넘볼 수 없는 그만의 분위기가 있더라”는 소신을 덧붙였다.

캐릭터를 구축해 촬영해나가는 과정에서 배우와 연출로서 정우성과 한때 관계가 냉랭해진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성수 감독은 “정우성은 이 연기를 하는 게 자기로부터 시작해 이태신이란 역할로 먼 여행을 떠나는 기분인데, 내가 자꾸 ‘자기의 실제 모습을 투영하라’는 주문하면서 그 여정의 뒤를 돌아봐야 하는 게 자신을 힘들게 한다고 했다”며 “나는 아무튼 당신이 여기 서서 하는 행동이 구체적으로 뭔지 모르겠지만, 어떤 점에서 ‘진짜 정우성 같은 느낌이 있다’를 포착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줬다. 그랬더니 정우성 씨가 ‘그럼 내가 의견을 내지 않고 연기할테니 좋으면 좋다고 말하라’라고 답했다. 그런 일종의 냉랭한 분위기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다만 “오히려 저는 그게 좋았다. 철저히 그가 고립된 상태로 현장에서도 연기도 그렇게 하는게 좋았다”며 “특히 후반부의 장면에서 정우성의 모습은 정말 이태신 같더라”고 극찬했다.

한편 ‘서울의 봄’은 오는 22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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