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전환 성공한 한전, 웃지는 못했다(종합)

김형욱 2023. 11. 13. 15: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분기 영업익 2조원으로,
10개분기 만에 흑자전환
발전 연료비 안정 흐름에,
요금 인상으로 매출 상승
45조원 쌓인 누적적자 탓,
흑자에도 위기 상황 지속
"전기료 추가 인상" 목소리

[이데일리 김형욱 강신우 기자] 한국전력(015760)공사(한전)가 지난 3분기 2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0개분기 만의 흑자 전환이다. 그러나 2021년 이후 쌓인 45조원의 누적 영업적자 탓에 한전이 재무위기에서 벗어나는 데까지는 오랜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변수도 위험 요인이다.

3분기 영업이익 1조9966억원 ‘흑자전환’

한전은 올 3분기 매출액 24조4700억원에 영업이익 1조9966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19조7730억원보다 23.8% 늘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7조5309억원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전환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021년 1분기 흑자 이후 10개분기만의 흑자다. 한전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석탄·가스 등 발전 연료비가 급등하며 9개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왔다. 2021년 연간 영업손실이 역대 최대인 5조8465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무려 32조6551억원이란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8조4500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매출이 늘었고 발전 연료비 하락으로 영업비용이 줄어든 데 따른 흑자 전환이다. 정부는 한전의 재무 위기 상황에 대응해 지난해 4월을 시작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한전의 요금 인상안을 승인했다. 누적 1킬로와트시당(㎾h) 40.4원(39.6%)을 올렸다.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9월 1킬로와트시(㎾h)당 132.5원에 전기를 사서 149.5원에 판매했다. 전기를 원가보다 비싸게 파는 올 상반기까지의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나 원가 외에 17.0원(약 11.4%) 운영비를 확보한 것이다. 한전의 통상적인 필요 운영비(20원/㎾h)에는 못 미치지만 한전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만큼 이번 3분기 흑자로 이어진 모습이다.

3분기 흑자 전환으로 연간 실적도 일부 개선됐다. 1~3분기 매출액(65조6865억원)이 전년대비 26.9% 늘어난 가운데 영업적자도 6조4534억원으로 줄었다. 역시 요금 인상에 따른 매출 증가와 연료비 하락에 따른 것이다. 이 기간 연료비(21조6736억원)은 지난해보다 10.9% 줄었다. 이에 힘입어 전체 영업비용(72조1399억원)도 2.0% 감소했다. 지난 9월부터 국제유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지만 발전 연료와 더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석탄·가스 가격은 아직 작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 용산구 한 주택가 전력량계 모습.
누적적자 탓 재무위기 해소 상당 시일 걸려

이번 흑자 전환에도 한전이 현 재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는 데까진 상당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2021년 이후의 누적 영업적자가 아직 45조원 쌓여 있고 그에 따라 총부채(6월 말 기준 201조원) 이자비용도 연 4조원 이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더 올려 한전의 매출을 늘리거나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내려 원가가 줄어들지 않는 한 한전은 현 재무 부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 9일 산업용 대용량에 한해 10.6원/㎾h(약 6.9%)의 추가 요금 인상을 승인했으나 주택·일반용 등 나머지 요금은 손대지 않았다. 이번 인상으로 한전의 매출이 올해 4000억원, 내년 2조8000억원 늘어날 전망이지만 늘어난 연간 이자비용을 충당하는 수준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달 산업용 대용량 요금 인상은 소수 대기업의 부담으로 한전의 추가 적자를 막으려는 임시 방편”이라며 “주택·일반용을 포함한 전체 요금을 25원/㎾h(약 15%)은 올려야 한전이 추가 적자 없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한전) 사장(노랑색 안전조끼)을 비롯한 한전 관계자가 지난달 31일 동서울변환소 공사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전)
이마저도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르면 무용지물이 된다. 10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 마감 기준 두바이유 선물 시세는 배럴당 83.35달러로 9월 말 대비 10달러 이상 내렸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도 발발했다. 중동의 화약고인 이-팔 전쟁 확전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리란 우려가 크다.

이 추세라면 내년부터 한전의 자금 조달은 더 어려워진다. 한전은 한전법에 따라 적립·자본금의 5배(산업장관 승인시 6배) 이내에서만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 올해 6조5000억원(1~3분기 누적)의 영업적자만큼 자본·적립금이 줄어든다면 한전채 조달 한도는 32조원 이상 축소하게 된다. 한전은 올해 기준 한전채 발행한도는 104조6000억원인데 지난 8월 기준 이미 78조2000억원을 발행했다.

한전은 주요자산 매각과 희망퇴직을 통한 감원을 포함한 자구 노력과 함께 정부와 요금 조정 논의를 이어간다. 한전 관계자는 “전쟁 등에 따른 국제유가와 환율 불확실성으로 흑자 지속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국민에게 약속한 자구 노력을 철저하고 속도감 있게 이행해 경영을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형욱 (nero@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