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R&D 예산 복원, 현실성 의문”…여당 일방 발표도 논란

이정호 기자 2023. 11. 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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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어디서 감액해 예산 늘릴지 계획 없어”
젊은 연구자 지원 방침, R&D 근본 문제인지 의문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2024 예산안 심사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3일 내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일부를 복원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과학계에서는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존 계획보다 증액하는 예산이 있다면 감액하는 예산도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문제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이나 입장이 나오지 않아 현실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게다가 이번 발표는 R&D의 당사자 격인 과학계는 물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도 특별한 협의 없이 이뤄진 것도 논란거리다. 국가 백년지대계인 과학기술 육성 문제가 ‘세수 부족 메우기’나 정치권의 이해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국민의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송언석 의원은 이날 ‘2024년 예산안 심사방안’ 브리핑을 통해 과학기술 연구인력 지원 방안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밝힌 심사방안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기초연구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예산을 보완하겠다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 8월 내년 예산안 편성을 통해 R&D 예산을 올해보다 16.6%(5조2000억원) 줄여 편성했다. 이 가운데 기초연구 예산은 6.2%(약 2000억원), 출연연 예산은 10.8%(약 3000억원) 깎았다. 이날 발표대로라면 이 두 분야의 예산이 상당 부분 복원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발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또 있다. 이공계 R&D 장학금 지원을 대폭 늘리고 대학 연구기관에 신형 기자재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R&D 예산이 줄어들면 대학원생 등에게 지급되는 학생 인건비가 줄어들어 미래 인재를 고사시킬 수 있고, 대학에서 성능 좋은 연구장비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과학계 지적이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

그동안 논란이 컸던 정부 R&D 예산 일부가 복원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과학계에서는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기초연구 등 일부 분야의 R&D 예산을 기존 계획보다 증액한다고 하면 다른 R&D 분야 예산을 감액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는 그런 구체적인 얘기가 안 나왔다”고 꼬집었다. 세부 계획이 있는 발표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확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공동대표(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는 “내년 R&D 예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기존의 많은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처지가 된 상황에서 젊은 연구자들을 지목해 중점 지원하겠다는 논리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R&D 예산을 둘러싼 문제가 젊은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 여부 때문에 불거진 것이 아닌데, 논점이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이 공동대표는 “사실 젊은 인재들이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장학금보다 과학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여건”이라며 “특정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가 (하루 아침에)‘미안해. 삭감할게’ 식으로 이어진 최근 상황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민의힘 발표가 과학기술계와 이렇다 할 공감대 없이 이뤄졌다는 것도 남은 불씨 다. 국내 연구자 단체에선 “몇몇 간담회를 제외하고는 일선 과학자들의 의견을 구하는 절차는 없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R&D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와도 특별한 협의 없이 발표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R&D 예산 ‘삭감’과 ‘일부 복원’ 모두 전문가 분석이 아니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좌우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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