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박민 취임날 ‘더 라이브’ 편성 삭제하고, 주진우도 잘랐다
‘주진우 라이브’ 등 주요 시사프로 폐지 수순
언론노조 “라디오 센터장, 주진우 하차 통보”
“편성규약·단체협약 파기 법적 책임 물을 것”
박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13일 취임했다. KBS는 2TV <더 라이브>,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등 주요 시사프로그램 폐지를 예고했다. 노동조합은 ‘편성 규약’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박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 2TV 재허가, 예산 지원 삭감이라는 전례 없는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라며 “KBS의 위기의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구조 조정’도 예고했다. 박 사장은 “능력과 성과가 인사의 기준이 되고, 효율성이 조직 운영의 원칙이 되고, 수익률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상식적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라며 “미디어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도록 재창조 수준의 조직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를 주저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공영 방송 정체성 재확립’을 강조했다. 박 사장은 “국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편견 없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라며 “공영방송을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이나 소신을 실현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앞서 박 사장은 지난 12일 본부장, 센터장, 실·국장, 부장급 인사 총 72명의 대규모 인사도 13일자로 냈다. 전략기획실장은 이춘호씨, 보도본부장은 장한식씨, 편성본부장은 김동윤씨 등이 맡았다.
인사이동을 한 72명 중 상당수는 지난해 9월 ‘언론의 정파적 편향성과 정언유착을 개탄하는 KBS 직원’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언론노조 등 언론현업단체 5개는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사태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을 ‘언론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정언유착을 개탄하는 KBS 직원들’은 당시 성명에서 이 사건 보도 자체를 “부적절하다”라고 평가하며 “(언론이) 사소한 가십성 이슈를 외교 참사로 만들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이어 “발언이 외교 참사라고 보도한 MBC는 사실상 자신이 오히려 외교 참사를 조장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KBS는 13일 KBS 2TV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의 편성을 삭제한다고 공지했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라디오 센터장이 인사가 나기 이전에 <주진우 라이브> 담당 PD에게 전화해 진행자 주진우씨의 하차를 통보하고, 보도국 모 기자가 진행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하라고 일방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제작진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사규를 운운하며 제작진을 겁박까지 했다고 전해졌다”라고 주장했다. KBS는 평일, 주말 <뉴스9> 앵커를 비롯한 주요 뉴스 앵커도 교체했다. 대부분 기존 앵커들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KBS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편성·제작·보도 책임자가 실무자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프로그램 개편 전 제작진과 협의하고 프로그램 긴급 편성 시에는 교섭대표 노조에 통보하도록” 합의했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편성규약과 단체협약을 파기하는 박민 사장 체제와 그 보직자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라며 “방송법 위반 및 단체협약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겠다”라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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