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이 던진 질문 “이강인이 18세 때 한국에 있었다면 K리그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까”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계속 국내에 있어 18세 때 K리그에서 뛰었다면 얼마나 많은 출전 기회를 받았을까요?”
부임 후 되도록이면 비판은 삼갔던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랜만에 쓴소리를 했다. 그것도 한국 축구의 시스템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구체적인 대상은 다름 아닌 K리그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싱가포르, 중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2경기에 대비한 소집훈련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대표팀의 고질적인 문제인 좌우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등 일부 포지션의 선수층이 얇은 것에 대한 해결책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 질문이 나오자 클린스만 감독은 “두 포지션 모두 고민하고 있는 포지션이다. 이기제(수원), 김태환(울산), 김진수(전북)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나이가 많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도 마찬가지”라며 “두 포지션 모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대책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더니 지난 5~6월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과 K리그를 언급하며 쓴소리를 이어갔다. 클린스만 감독은 “물론 브렌트퍼드 등 해외로 나간 선수도 있다. 하지만 U-20 월드컵에 나갔던 그 많은 선수들 가운데 현재 몇 명이나 K리그에서 뛰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한국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받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강인이 과연 18세 때 K리그에서 뛰었다면 얼마나 많은 출전 기회를 받았을지 의문이다. 이강인이 스페인에 있었기에 지금의 이강인으로 성장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K리그에서 어린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다. 한국은 최근 연령별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이 선수들이 정작 소속팀으로 돌아와서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U-22 룰 같은 제도들을 도입했지만, 실용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의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 부분을 비판한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 후 한국 축구의 시스템에 대해 구체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도르트문트(독일)를 보면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나 크리스천 풀리식(AC밀란) 등 좋은 유망주를 성장시켜서 다른 팀에 팔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클린스만 감독은 자체적으로 가능성있는 어린 선수들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며 최근 페네르바체(튀르키예)를 떠나 노비 파자르(세르비아)로 임대 이적한 조진호의 이름을 꺼냈다. 그는 “조진호는 U-20 월드컵 최종명단에 들지 못했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런 어린 유망주들이 얼마나 더 성장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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