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용산과 경복의 라이벌전_후반기 주말리그

조원규 2023. 11. 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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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고, 라이벌 경복고에 기분 좋은 승리
농구는 신장으로 하는 것, 경복의 과제는

 11월 4일부터 경복고와 광신방송예고 체육관에서는 ‘2023 한국중고농구 후반기 주말리그’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는 주말리그의 확대 정착을 위한 시범 사업으로 왕중왕전 진출팀을 가리지 않습니다. 개인 기록도 공식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참가팀이 적습니다. 남고부 7팀, 남중부 11팀만 참가했습니다.

 

프로농구가 시작되는 10월은 아마농구 스토브리그의 시작입니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끝난 휴식기에, 팬들이 난로(Stove) 주위에 모여 선수단과 구단의 동향 등을 이야기했던 것으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정규 시즌이 끝나면 선수들의 이동이 있습니다. 은퇴하는 선수와 이적하는 선수가 있고 새로 합류하는 선수도 있습니다. 사령탑이 변하는 팀도 있죠. 팬들은 그 변화를 예측하거나 평가하면서 경기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랩니다.

아마농구는 10월 전국체전을 끝으로 정규 시즌이 끝났습니다. 이제는 내년을 구상해야 합니다. 저학년 선수들의 경험과 기량을 끌어올려 졸업생들의 빈 자리를 메우고, 새로 합류할 신입생들과 시너지도 만들어야 합니다.

후반기 주말리그는 내년을 대비해 경험을 쌓을 좋은 기회입니다. 올해 마지막 대회이지만, 내년을 준비하는 성격이 더 강합니다. 1, 2학년 선수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동계 훈련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승패보다 중요합니다.

물론 승패도 중요합니다. 내년에 각종 대회에서 다시 만날 팀이고, 선수들입니다. 승리의 기억은 자신감으로 이어집니다. 선수들에게는 감독에게 자신을 증명할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합니다.

 

▲ 2023년 왕중왕전 결승, 용산고와 경복고

 

라이벌전은 더 그렇습니다. 패배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공식경기와 비공식경기 가리지 않습니다. 이겨야 합니다. 지난 11일에 만난 경복고와 용산고 역시 그렇습니다. 패배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경복고는 작년 주말리그 왕중왕전 우승팀입니다. 결선 1라운드에서 용산고에 94-72로 대승한 기세가 우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용산고는 이세범 코치와 주축 선수 3명을 18세 대표팀에 보낸 공백이 컸습니다.

용산은 올해 빚을 갚았습니다. 왕중왕전 결승에서 경복고를 93-57로 크게 이겼죠. 용산고는 올해 참가한 7번의 대회에서 5번을 우승했습니다. 경복고는 준우승만 2번에 그쳤습니다. 2번 모두 결승 상대는 용산이었습니다.

내년과 올해는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경복고의 높이가 압도적으로 높고, 포지션 밸런스도 좋습니다. 윤현성(204)과 김성훈(205)이 지키는 더블 포스트를 높이로 상대할 팀이 없습니다. 슈터 이근준(197)의 신장도 다른 팀에 가면 빅맨입니다.

올해 고등학교 1, 2학년은 유난히 키 큰 선수가 적습니다. 8월 왕중왕전 기준, 경기에 출전한 2m 이상 장신은 경복의 두 빅맨과 삼일고의 위진석이 전부입니다. 용산고 역시 배선우(198)가 최장신이고, 올해 많은 경험을 쌓지는 못했습니다.

윤현성과 김성훈의 높이가 위협적인 이유입니다. 두 빅맨은 이번 대회 지난 두 경기에서 87점 56리바운드를 합작했습니다. 게임 평균 43.5득점에 28리바운드입니다. 여기에 이근준도 평균 11개의 리바운드를 더했습니다.

세 선수는 경기 평균 39개의 리바운드를 잡았습니다. 상대에게 허용한 리바운드 갯수는 평균 33개로 세 선수가 상대 팀의 다섯 선수보다 6개나 더 많이 잡았습니다.

 

▲ 경복고 쌍돛대 윤현성과 김성훈

 

용산고에는 5관왕의 주연급 조연 장혁준(193), 백지민(187), 에디 다니엘(192)이 있습니다. 신장은 열세지만 경험이 많습니다. 이기는 방법을 아는 선수들입니다.

농구는 상대보다 많이 득점하고 적게 실점하면 이기는 경기입니다. 세 선수는 실점을 줄이는 방법을 압니다. 많이 뛰고 적극적으로 몸을 부딪칩니다. 그것이 용산고의 색깔이기도 합니다. 최근 3년 동안 14번을 우승한 원동력은 수비에 있었습니다.

약점은 3점슛입니다. 세 선수는 지난 두 경기에서 6개의 3점슛만 넣었습니다. 3학년 이유진, 김승우, 이관우는 3점 슛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입니다. 그래서 세 선수의 외곽슛은 크게 약점으로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년에는 다를 수 있습니다.

1학년 김태인, 김윤서, 배선우는 외곽 슈팅 능력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큰 경기에서 검증할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11일 경기에서 자신의 재능을 증명해야 합니다.

 

▲ 경복고의 새로운 캡틴 이근준. 

 

1쿼터는 경복이 분위기를 가져왔습니다. 용산은 백지민의 컷인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외곽과 골밑 모두 성공률이 낮았습니다. 경복은 용산을 8점으로 묶었고, 새로운 주장 이근준과 이제, 이병엽의 3점슛을 앞세워 18점을 올렸습니다.

2쿼터에 용산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1학년 김태인이 3점슛 2개 포함 8득점으로 선봉에 섰습니다. 에디 다니엘(5점)과 백지민(4점)도 경복의 장신 숲을 헤치고 골밑에서 득점을 올렸습니다.

경복은 이근준(7점)과 이병엽(4점)의 득점으로 점수차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기대했던 윤현성(2점)과 김성훈(4점)의 득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두 빅맨의 전반 득점은 각각 2점과 6점에 불과했습니다.

용산은 공을 잡은 경복 선수를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이병엽을 제외하면 볼 핸들링이 좋지 않은 경복의 약점을 공략한 것이죠. 두 빅맨이 림 가까운 곳에서 공을 잡지 못하게 괴롭혔고, 공을 잡으면 아래에서 손질을 했습니다.

 

▲ 16득점 13리바운드 6스틸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끈 에디 다니엘

 

3쿼터에 용산은 더 힘을 냈습니다. 김태인을 시작으로 김민재, 백지민이 4개의 3점슛을 합작했습니다. 김태인이 2쿼터에 이어 3쿼터에도 3점슛 2개 포함 8득점으로 활약했고, 에디 다니엘은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에디 다니엘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16득점 13리바운드와 6스틸, 2블록슛을 기록했습니다.

 

경복은 용산의 강한 수비에 준비된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의 능력으로 림을 공략해야 했죠. 3쿼터 12득점에 그쳤고,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이 흐름은 4쿼터까지 이어졌습니다. 윤현성이 4쿼터 11득점으로 뒤늦게 힘을 냈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 경기에 3학년은 뛰지 않았습니다. 가용할 수 있는 선수가 적었죠. 같은 조건이지만 경복고에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공을 다루는 기술에서 양 팀 선수들의 차이가 있었으니까요. 2024년의 경복고는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두 빅맨의 활용은 보다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 용산고 에이스 장혁준. 

 

용산고는 에이스 장혁준이 4쿼터 9득점으로 자존심을 세웠습니다. 3쿼터까지 5득점으로 고전했지만 김태인의 3점슛으로 넓어진 경복의 수비, 김성훈의 5반칙으로 낮아진 높이를 잘 공략했습니다. 그러나 슈팅 거리를 늘리는 과제도 남겼습니다.

 

김태인의 활약은 끝까지 눈부셨습니다. 4쿼터 후반 3점 슛과 스틸은 사실상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수비에 2학년 3총사가 있었다면, 공격에는 1학년 김태인이 있었습니다.

 

이날의 승부는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작의 예고편입니다. 이들에게 경복고 체육관은 좁습니다. 더 넓은 곳에서 더 큰 꿈을 위해 도전해야 합니다.

 

마이클 조던은 9000번의 슛을 실패했고 3000번의 경기에서 패했습니다. NBA 통산득점 1위 르브론 제임스는 NBA 최초로 5000개나 실책을 범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성공은 없습니다. 성공의 열쇠는 강한 도전정신과 지치지 않는 노력입니다.

 

겨울은 어린 농구 선수들이 껍질을 깨는 시기입니다. 학업의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농구에 몰두할 수 있는 시기죠. 이 과정을 통해 이 선수들은 한국 농구의 미래가 됩니다. 경복고 체육관에는 한국 농구의 희망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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