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부회장의 HD현대글로벌서비스, IPO 승부수
조선업 ‘제2 슈퍼 사이클’ 맞아 IPO ‘적기’
친환경·노후선박 수요 증가로 성장성 높아
사명에 ‘오션·마린’ 담아 브랜드 가치 제고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정기선 HD현대(267250) 부회장이 그룹 내 알짜 계열사인 HD현대글로벌서비스 기업공개(IPO) 승부수를 띄운다.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증시에 입성한다는 전략이다. 정 부회장이 직접 출범을 주도한 회사이자 승진 후 추진하는 그룹의 첫 IPO로 기대를 모은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현대중공업의 사후서비스(AS)사업부를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당시 정 부회장이 선박 서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출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사업은 선박 개·보수이며 최근에는 오래된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해 주는 레트로피트(retrofit)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선박 수명은 통상 20~30년 정도다. 2000년대 초반 건조돼 대거 바다로 나온 선박들이 노후화하면서 수리 및 친환경 설비 개조에 대한 수요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매출이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HD현대글로벌서비스 매출은 2017년 2403억원에서 지난해 1조3338억원으로 6년 동안 5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 3분기에는 수익성 높은 부품서비스 사업 매출이 증가하면서 매출 3586억원, 영업이익 502억원의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회사는 IPO를 통해 확충한 자금을 선박 개조와 AS 사업 확대에 투입할 계획이다.
상장과 함께 사명 변경도 추진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오션와이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달 30일 부산지방법원 등기국에 위 두 건에 대한 상호변경 가등기를 신청했다. 가등기는 변경할 상호를 다른 회사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선점하는 제도다. 본등기 할 때까지 기간은 내년 4월 29일로 명시됐다.
새롭게 검토 중인 사명에는 ‘마린’, ‘오션’ 등 해양을 뜻하는 단어가 포함됐다. 정 부회장이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기반으로 하는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그룹의 미래 전략으로 제시한 만큼, 새로운 사명으로 해양 부문 정체성을 강조하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명인 ‘글로벌서비스’는 회사 주력 사업에 대한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선업이 ‘제2의 슈퍼 사이클’을 맞아 대호황기에 접어들고 미국, 유럽연합(EU) 주도로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 개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IPO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차세대 청정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수소를 비롯한 미래 에너지 역량 확대에 집중하며 탈탄소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오션와이즈’가 대표 상품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선박 운항 최적화와 탄소배출 모니터링 솔루션으로 그룹 내 오션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핵심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내년 중에 HD현대글로벌서비스 상장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회사의 캐시카우를 맡고 있는 정유사 HD현대오일뱅크의 IPO 작업도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2년과 2019년, 2021년 총 세 차례 상장을 추진했으나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자진 철회한 바 있다. 또 다른 조선 핵심 계열사인 HD현대삼호중공업의 경우 올해 1월 시장 침체로 상장 계획을 철회해 재개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김은경 (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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