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 선정된 10곳…학과간, 대학간 '벽 허물기'에 높은 점수
예비지정 대학 중 '현실성 있고 명확한' 청사진 제시한 대학 선정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가 13일 발표한 글로컬대학 본지정 대학 10곳은 대학 안팎의 '벽 허물기'를 통해 혁신에 나서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는다.
예비지정 대학들 역시 이전 평가에서 이미 5장짜리 혁신기획서를 통해 혁신성은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후 실행계획서를 접수한 결과 추진 방향·절차가 좀 더 현실성 있고 명확한지, 다른 대학에 불러일으키는 반향이 큰지 여부가 본지정에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됐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공동 신청한 대학의 경우 '통합의 명확한 시기'를 밝히거나,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경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대학들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다른 대학의 변화를 선도할 것으로 보이는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의 협력과 참여가 구체화한 대학도 치열한 경쟁을 뚫었다.
본지정 대학 상당수는 학제 변혁, 학생 선택권 전면 보장 등 대학 내 '학과의 벽'을 무너뜨리는 도전에 나선다.
울산대도 기존 10개 단과대학, 51개 학부(과) 체제에서 6개 단과대학, 16개 융합학부로 개선하고, 2025년부터 의대를 제외한 나머지 모집정원은 모두 융합학부로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학부 정원을 감축해 차세대 이차전지·탄소중립기술·의과학 등 신산업 분야 대학원을 신설하고,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공동 학위과정을 운영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 사회에서 총 1천억원 규모의 지역산업육성펀드도 조성된 상태다.
전북대는 학과·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모집하고, 전학·전과 비율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106개인 모집 단위를 2025학년도에는 42개, 2028학년도에는 24개로 감축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내세웠다.
대학 간 벽을 넘어 '통합'을 추진하는 대학들도 있다.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경우 현 부산교대를 이전해 초·중·고·평생교육을 아우르는 새로운 종합 교원양성대학을 구축하겠다는 점이 높이 평가 받았다.
2025년 3월 통합을 목표로 하는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는 한국국학진흥원 등 경북도 7개 교육·연구기관과 함께 통합 운영하면서 인문학에 특화한 공공형 대학 혁신모델을 만들겠다고 했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는 '1도 1국립대' 구축을 목표로 강릉, 원주, 춘천, 삼척에 흩어진 캠퍼스에서 공동 원격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내 기관들과 손잡고 '동반 성장'을 모색하거나, 첨단 산업 밀착형 인재 양성을 강화하겠다는 대학도 있었다.
순천대는 전남지역 내 교육 소외지역, 인구 감소지역을 중심으로 평생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스마트팜·애니메이션·코스모스(우주항공·첨단소재)·평생교육 등 지역특화 분야별 융합 교육 스쿨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경상국립대는 구조개혁을 기반으로 우주항공대학을 신설하고, 이 대학에 다니는 학생 모두에게 등록금·기숙사비를 전액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지원안을 제시했다.
우주항공·방위산업 국내 최대 집적지인 경남의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항공우주·방산 분야 연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포항공대는 취업 희망자나 재직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비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이차전지, 수소, 원자력, 바이오, 반도체 등 지역기업의 연구개발(R&D)·제조·글로벌화 등을 통합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누가 가장 빠르게, 문제 없이, 영향력 있게, 더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인지 등을 고려했다"며 "통폐합하려는 대학은 언제까지 통폐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혔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합을 전제로 선정된 대학들의 경우 통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학내 반발 등으로 글로컬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산대·부산교대의 경우 통합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평가가 대부분 정성 평가로 이뤄져 탈락한 대학들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으로부터 일반 교직원·재학생 80명 정도의 명단을 받아 무작위로 4명씩 추출해 평가 계획서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동의했는지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정성평가에 대해서는 "예컨대 지자체 투자 규모 자체보다는 지자체장의 의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 그것을 감안하려고 했다"며 "대학에 돈이 많다고 해서 그 대학이 반드시 혁신하는 것이 아니고, 지원금을 적게 끌고 오더라도 어디다 쓰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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