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명의 유령법인 설립…대포통장 125개 만든 일당

정진욱 기자(top@mk.co.kr) 2023. 11. 13. 14: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화금융사기 101명 68억 피해
32명 검거·범죄단체조직죄 적용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노숙자 명의로 허위법인을 만든 후 법인 통장 계좌를 범죄조직에 넘겨 사용료를 받은 ‘대포통장’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총책 A씨(30대) 등 32명을 검거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 중 비슷한 범죄로 이미 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 등 9명 외에 조직 간부 20대 B씨 등 2명을 추가 구속했다.

A씨 등은 2020년 9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와 대전, 대구 등의 노숙자 22명에게 명의를 넘겨받아 유령 법인 38개를 만든 뒤 법인계좌 125개를 개설해 불법 도박사이트와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 조직에 제공하고 사용료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동네 선후배들이 점조직처럼 모여 단체를 꾸린 이들은 4∼5명씩으로 구성된 ‘통장개설팀’과 ‘A/S 팀’에 배정돼 전국 각지에서 활동했다.

통장개설팀은 주거가 확실치 않은 노숙자나 신용불량자에게 접근해 100∼200만 원을 주고 인감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넘겨받아 법인을 설립한 후 통장을 개설했다.

총책 지시를 받은 A/S팀은 법인 서류를 관리하고, 만들어진 계좌들의 금전 흐름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범죄조직들에 통장을 넘기는 역할은 대부분 A씨가 진행했으며, 월 80∼200만 원을 받고 국내외 도박사이트 등에 계좌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기간 해당 계좌를 거친 입출금액은 1조8천200억 원이다.

장기간 사용해 추적 가능성이 높아진 계좌는 종국적으로 개당 250∼300만 원에 전화금융사기 조직으로 넘어갔다. 이들은 계좌 중 54개를 통해 피해자들로부터 직접 입금을 받은 뒤 나머지 계좌로 돈을 분산해 추적이 어렵게 했다.

이들이 넘긴 계좌에서 발생한 전화금융사기 피해자는 101명, 피해액은 68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관련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금융기관에 제출된 법인 관련 서류를 토대로 등기 대상자들의 금융기록을 조사해 A씨 등을 차례로 검거했다.

조직원들은 A씨로부터 월 300만 원가량의 임금과 개설된 통장 1개당 10만원 가량의 성과금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으며, 받은 돈은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

이들은 수사망이 조직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원 가명을 사용했으며, 조직원끼리도 사무실 위치를 공유하지 않았다.

아울러 하부 조직원이 경찰에 체포될 시 “인터넷에서 고수익 알바를 구한다고 해 참여했다”고 둘러대도록 사전에 교육하고, 텔레그램 대화방을 수시로 삭제하는 등 행동 수칙도 만들었다.

경찰은 체포된 32명 전원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으며, 범죄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유령 법인 계좌 900개를 추가로 확인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전화금융사기 범행에 사용된 71개 계좌에 대해선 모두 지급정지조치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조직의 물적 기반인 대포물건 등 범행수단 차단을 위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