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반짝흑자' 한전, 재무개선 역부족…요금인상 지연에 '보릿고개' 장기화
산업용만 인상 '미봉책' 총선 뒤 '요금청구서'…원가연동제 추진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한국전력공사(015760)가 올해 3분기 2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9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소강국면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 덕분이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터지면서 국제 에너지원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어 '반짝 흑자' 기록 후 4분기 다시 적자전환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정부는 47조원의 누적적자와 201조원의 부채 상황을 감안해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지만, 대기업용 산업요금만 올리며 반쪽 인상에 그쳤다. 동절기 서민부담과 물가안정, 내년 4분기 총선거 일정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현 요금체제를 유지할 것이 유력해 한전의 보릿고개가 길어질 전망이다.
한전은 올해 3분기 매출 24조4700억원, 영업비용 22조4734억원으로 영업이익 1조9966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지난 2021년 1분기 43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9분기 만의 흑자 전환이다.
한전의 3분기 흑자전환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 이후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올초부터 하락세로 전환해 지난 6월에는 배럴당 60달러 안팎까지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유가 안정세 덕분에 전년 동기 대비 올 3분기 한전의 구입전력비는 1조8244억원 낮아졌다. 지난 5월부터는 역마진 구조를 깨며 5개월 연속 흑자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는 점은 한전의 흑자 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배럴당 100달러선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최근 들어 배럴당 80달러 안팎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현재 요금체계에서는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가격대이다.
당초 정부와 한전은 올해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 폭을 KWh(킬로와트시)당 51.6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지난 1·2분기 요금 인상 폭은 KWh당 21.1원에 그쳤다.
지난 9일부터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KWh당 평균 10.6원 인상했지만, 가정용과 산업용(갑) 요금은 제외됐다. 대기업이 주로 해당하는 산업용(을) 전력사용량은 전체 사용량의 절반에 육박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전기요금 인상폭은 정부와 한전이 상정했던 KWh당 51.6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같은 전기요금 구조의 대내외 상황을 종합하면 3분기 흑자전환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올해 결산실적은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전의 올 1~9월 누적 영업손실은 6조4534억원에 달하는데, 4분기 적자 전환 우려가 커 사실상 연간 영업이익 기록은 난망한 상황이다. 이는 2021년 이후 누적적자 47조원과 상반기 기준 201조원의 부채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한전채 발행 제한 등 자금경색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아울러 동절기 추가 요금인상 없이 내년 4월 총선거 이후까지 현 요금체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해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 가시밭길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장의 요금인상 민심 저항은 틀어막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장기적으로는 제품생산가에 반영돼 국내물가와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도 전기요금 현실화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시한폭탄을 잠시 뒤로 미룬 수준"이라는 냉소도 나오는 실정이다.
결국 정부가 총선 이후엔 미뤄왔던 요금인상과 함께 근본적 요금체계 개편을 함께 전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요금을 원가에 연동하는 구조를 안착시켜 불필요한 정부개입 논란과 함께 매분기 반복되는 민심악화 부담을 덜겠다는 복안이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거시적으로 요금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기요금 개편방안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용역결과를 받으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해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전기요금 원가 연동제 추진을 시사한 바 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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