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트60프로' 열어보니 "47%"…美 제재 속 커진 中 기술자립도
자국 부품 비중 2020년 제품 대비 18%P 급증,
이미지센서 '소니→삼성전자' 등 韓 비중도 커져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규제 속에도 중국 스마트폰의 자체 기술 탑재 비중이 3년 전보다 18%포인트(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부터 이어진 미국의 견제에도 중국의 첨단기술이 꾸준히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해 미국의 대중국 수출규제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1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전자기기 분해 및 조사 전문업체 포멀하우트 테크노솔루션즈(이하 포멀하우트)와 함께 중국 화웨이의 신규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를 분해 및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8월 중국에서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메이트60프로는 미국의 규제 속에서도 중국 업체가 생산한 첨단 반도체인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칩이 탑재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포멀하우트 분석에 따르면 메이트60프로의 부품 원가 총액은 422달러(약 56만원)로 추산됐다. 부품의 국가별 점유율은 중국산이 47%로 가장 높았다. 이는 지난 2020년 가을 화웨이가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40프로' 대비 18%P 상승한 수준이다. 한국산 부품 비중은 36%로 5%P 상승했다. 반면 일본산은 기존 19%에서 1%로 급감했다. 메이트40프로에 탑재됐던 소니의 카메라용 이미지센서가 삼성전자로 대체된 여파다.
미국산 부품 비중은 3%에서 2%로, 출처를 알 수 없는 부품의 비중도 18%에서 14%로 감소했다. 메이트60프로의 터치패널 부품은 기존 메이트40프로에서 쓰인 미국 시냅틱스 대신 중국산으로 바뀌었다.
중국산 부품의 총 가격은 198달러(약 26만2000원)에 달했다. 부품 단가가 가장 높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중국업체 제품으로 대체된 영향이 컸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화웨이는 OLED 조달처를 메이트40프로 때의 LG디스플레이에서 중국 BOE로 바꿨다. BOE는 최근 품질 평가 상승으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과 LG의 양강 체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니아에 따르면 BOE는 올해 1분기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중소형 OLED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점유율 54.7%의 삼성디스플레이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실효성 논란을 촉발한 7나노 칩은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SMIC에서 제조된 것으로 분석됐다. 메이트40프로에 사용된 5나노 칩은 하이실리콘이 설계했지만 생산은 대만 TSMC에서 이뤄졌다.
포멀하우트는 SMIC가 미국 수출 규제 대상에서 빠진 구형 노광장비를 사용해 7나노 칩을 생산한 것으로 봤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인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업체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노광장비는 반도체 8대 공정 중 하나인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리는 '포토공정'에 필요한 설비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길 때 빛을 이용한다.
미나타케 카시오 포멀하우트 최고경영자(CEO)는 "(노광장비는) 기판 위치를 약간씩 이동시키면서 여러 번 반복해 빛을 투사하는 것으로 구형 장비로도 7나노급에 해당하는 칩을 반도체 웨이퍼 위에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는 지난 2019년부터 중국에 대한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 수출을 제한했고, 지난 1월에는 미국과 합의해 수출 제한 대상을 구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DUV 장비는 여전히 중국으로 수출돼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등 미국의 수출규제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미국은 지난달 한층 강화된 수출제한 조치를 발표하며 ASML의 DUV 노광장비인 'NXT:1980Di' 등을 규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했다.
한편 닛케이는 "미국의 수출규제로 침체했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은 최근 회복세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6%P 상승한 13%에 달했다"며 "첨단 반도체 조달의 길이 열리면 화웨이의 중국 스마트폰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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