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손익계산 주목…안보채널 복원·디리스킹이 관건
中, 첨단기술 제재 '우회로' 대만에 친중 정권 수립 염원…美, 적정수준 대응 골몰
핵탄두 통제·드론 무기 등에 AI 사용금지·기후협약·펜타닐 문제는 합의 가능성 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 가운데 국제사회가 양국의 손익 계산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협상 테이블에 오를 디리스킹(위험제거)과 안보채널 복원 문제,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 드론 등에 인공지능(AI) 사용 금지와 핵탄두 통제 논의, 기후변화 문제 등과 관련한 미중 양국의 '셈 다툼'이 세계 각국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미래 핵심 산업의 운명을 가를 미국의 디리스킹을 완화 또는 철폐하는데 집중하는 반면 미국은 '끊어진' 안보 채널 복원을 우선 순위에 둔 기색이 역력하다.
中, 美의 '디리스킹' 뚫어라…美, 안보 채널 복원 전력투구
통상 미중 정상회담은 본 회담보다 사전 협상이 더 치열다고 한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중국의 왕이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과 허리펑 부총리가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해진 건 이 때문이다.
에누리 없는 '가격 협상'을 하고 있어서다.
미중 양국은 일단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엔 '합의'했다. 한때 중국을 서방 중심의 공급망에서 배제할 기세였던 미국이 이를 접었다고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옐런 재무장관과 허 부총리는 9∼1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논의 끝에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이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의 첨단 기술을 무기화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디리스킹의 철폐 또는 완화는 불가하다는 게 미국 입장이다. 국가안보의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 첨단 기술 산업에의 접근을 차단하는 디리스킹으로 중국의 패권 도전을 막겠다는 게 미국의 진짜 속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연합(EU)도 내년부터 대(對)중국 디리스킹에 나서는 판에 미국이 디리스킹을 접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중국 역시 갈륨·게르마늄·흑연 등 광물 수출 통제 카드를 손에 여전히 쥔 채 미국과 EU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미중 안보 채널 복원 이슈는 미국이 상대적으로 아쉬운 문제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전쟁은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중국과의 안보 채널 부재로 미국이 매우 불리한 상황에 부닥쳤다.
중국은 친(親)이스라엘 행보의 서방과는 달리 팔레스타인 편들기로 일관하면서 아랍권을 규합해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하마스의 배후 세력인 이란과 끈끈한 관계인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중국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1년 9개월간 진행돼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중국은 사실상 러시아 편들기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미국을 힘들게 하고 있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의 안보 채널을 끊은 중국은 안보 채널 복원을 거부해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과 인민해방군 간 관계 재구축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안보 채널 복원이 최우선 순위의 의제라는 걸 시사한 셈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실수나 계산 착오, 잘못된 의사소통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보 채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중, 대만 총통선거·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두고 '수 싸움' 치열
디리스킹과 안보채널 복원 문제 총론이라면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는 각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대만 문제가 핵심이다.
우선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의 철저한 준수를 요구하면서 대만에 첨단 무기를 공급해 양안(중국과 대만) 현상 변경을 하지 말라고 주문해왔고, 미국 역시 대만해협에서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지 말라고 맞서왔다.
특히 이번 회담에선 내년 1월 13일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미중 양국의 수싸움이 치열하다.
1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통일 목표에 저항하는 대만의 정치지도자들을 통제해달라고 미국에 촉구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유력 정치인들이 대만 여권 인사들과 접촉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내비친 것으로, 2016년 차이잉원 총통 집권 이후 독립 성향을 보여온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재집권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온 중국이 미국 개입을 막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만의 총통선거 판세는 지지율 조사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제1·2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의 허우유이 후보와 커원저 후보 간 단일화가 성사되면 민진당의 재집권이 차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으로선 대만에 친중 정권 수립이 단순히 통일을 겨냥한 어젠다만은 아니다.
미국과 EU의 디리스킹으로 첨단반도체·AI·양자컴퓨팅 등 미래 첨단기술 산업 접근이 어려워진 중국에 TSMC를 포함해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반도체 기술을 가진 대만은 작금의 난관을 돌파할 '우회로'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도 중국의 이런 의도를 간파하고 있어 총통선거를 앞두고 '적정 수준'의 대만 관여 정책에 골몰하고 있어 보인다.
중국이 '과도한 영유권' 주장을 하는 남중국해 문제도 쉽지 않은 과제다.
필리핀이 점유 중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세컨드 토머스 암초 부근에서 필리핀의 보급선에 대해 중국 해경이 물대포를 쏴 접근을 막는 사례가 한 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두 개의 전쟁'에 관여하는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틈타 최근 남중국해에서 세력 확장을 꾀하는 상황에서 필리핀 동맹인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남중국해 세력 판도의 핵심이다.
드론 등 무기에 AI 사용 금지·핵탄두 통제 합의 가능성…'성과'도 예상
접점이 찾아질 만한 이슈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간 핵탄두 통제 합의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사실 지난 5월 말 기준 중국의 운용 핵탄두가 500기를 넘었고 2030년에는 1천기에 이를 것으로 미 국방부가 예상하는 가운데 미중 핵 군축 회담 필요성이 제기돼왔으며, 이를 두고 양국간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드론을 포함해 AI의 무기화가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와 관련해 선두권에 있는 미중 양국 간 논의가 한창이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2월 군사용 AI의 개발·배치에 대한 글로벌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는 정치적 선언을 발표한 바 있으며, 여기에 36개국이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여기에 가세하면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사용에 관한 국제적 합의 모색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핵탄두 통제 약속과 드론 등의 무기에 AI 사용 금지 등이 합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후 변화협약과 관련해 미중 양국이 '진전된' 협상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문제 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를 주축으로 양국이 수개월간 협상해온 가운데 중국 생태환경부는 지난 9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에 '미중 간 기후회담이 원만히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골칫거리로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과 관련해 중국과 모종의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지난해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11만명 중 3분의 2 정도가 펜타닐 등 합성 마약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런 합성마약의 원료인 이른바 전구체 물질 대부분이 중국에서 공급된다는 점에서 미국은 중국에 전향적인 조처를 요구해왔으며 이에 중국이 호응할 것이라는 얘기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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