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스만 “이강인, K리그 뛰었다면 경기 나갔을까…어린 선수들 기회 적어”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은 지난 6월 미국에서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클리스만 모습./뉴스1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프로축구 K리그가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싱가포르, 중국과의 월드컵 2차 예선 2경기에 대비한 소집훈련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18세에 K리그에서 뛰었다면 과연 경기에 나갈 수 있었을까”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좌우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등 일부 포지션 선수층이 얇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팀 명단에 오른 풀백 4명 중 김진수(31), 이기제(32), 김태환(34) 3명은 30대라 2026년에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선수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다. 24세인 설영우가 좌우 풀백으로 모두 소화할 수 있지만 탄탄한 팀을 꾸리기엔 역부족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약한 베테랑 정우영(알사드)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용우(알아인)와 이순민(광주)이 합류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양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는 우리도 고민하는 포지션”이라면서 “이기제, 김태환, 김진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나이가 많아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도 어린 선수들로 변화를 주고 있다”며 “두 포지션 모두 내부적으로 고민을 이어가겠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대책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 6대0 대승을 거둔 대한민국 손흥민과 이강인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뉴스1

이 과정에서 K리그를 향해 쓴소리했다.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어린 선수들이 K리그에서 충분한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물론 브렌트퍼드(잉글랜드·김지수) 등 해외로 나간 선수도 있지만 그 많은 선수 중 현재 몇 명이 K리그에서 뛰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한국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받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스페인에 있었기에 지금의 이강인으로 성장한 것 같다”며 “독일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보면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 크리스천 풀리식(AC밀란) 등 좋은 유망주를 성장시켜서 팔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부터 국가대표팀 감독에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의 시스템을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체적으로 어린 선수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최근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세르비아 노비 파자르로 임대 이적한 조진호를 언급했다. 그는 “조진호는 U-20 월드컵 최종명단에 들지 못했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이런 어린 유망주들이 얼마나 더 성장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