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스러운 ‘어닝 쇼크’ 파두의 상장 과정, 주관사는 정말 몰랐나

오귀환 기자 2023. 11. 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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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억 벌겠다더니 3분기 누적 매출 180억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가 어닝 쇼크(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낮은 것)를 발표하면서 3만원대였던 주가가 1만원대 후반으로 추락했다. 실적 부진은 언제든 나올 수 있으나, 파두가 논란이 되는 것은 상장 과정에서 매출 부진을 감췄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회사뿐 아니라 상장 주관사에도 책임론이 번지고 있다.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파두의 매출 공백 가능성을 사전에 챙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파두와 NH투자증권은 모두 “상장 시점까지 매출 공백에 대해 예상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파두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 (한국거래소 제공) 2023.8.7/뉴스1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파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가량 반등한 1만92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21.93% 하락했고, 9일에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파두의 급락은 올해 8월 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후 처음 공개한 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공모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올해 2분기(4~6월) 매출은 5900만원에 불과했고, 3분기(7~9월) 매출도 3억원대에 그쳤다.

파두는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 180억4400만원을 기록했다. 상장 전 제시한 올해 연매출 예상치 1200억원과 큰 차이가 있다. 파두는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로 110억원을 제시했으나, 올해 1~3분기에만 이미 344억9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논란이 커지자 파두는 입장문을 통해 업황 악화로 인한 발주 중단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파두 관계자는 “올해 2분기에 기존 고객들의 발주가 취소됐으나, 이는 단기적인 재고조정으로 3분기부터는 다시 구매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여기에 신규 고객들이 더해진다면 3·4분기 실적이 달성되고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봐 신사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상장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고객의 발주 중단 등에 대해서는 예상이 힘든 상황이었고, 그 과정에서 그 어떤 부정적인 의도나 계획 등이 없었다”며 “이익미실현기업으로 관련 법규에 근거에 요구되는 검토 및 입증 절차를 통해 상장됐기 때문에 부정적인 요소가 관여할 수 없는 적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4분기부터 발주가 재개될 것이란 해명에 주가는 반등하고 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발행사인 파두뿐 아니라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까지 책임론이 일고 있다. 상장 전이라 제시되지 않은 2분기 매출 공백에 대해 발행사와 주관사가 알고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파두의 증권신고서는 지난 6월 30일 처음 제출됐고, 다음 달 13일 한차례 수정을 거쳐 그달 26일 발행조건을 확정했다.

파두의 대표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은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상장 주관을 맡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기적으로 파두의 2분기나 3분기 매출에 대해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이미 2분기가 끝나갈 때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는데 실적을 몰랐다면 주관사 의무를 게을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파두의 급락으로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기관 투자자 역시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청약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 34%가 파두 주식을 6개월 동안 팔지 않는 의무보유확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회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는 의미다. 파두는 지난 8월 7일 상장했기 때문에 이들은 여전히 파두 주식을 팔 수 없다.

상장 전 투자 설명회에 참여한 한 기관 투자자 관계자는 “2분기 매출이 좋지 않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3분기에 대한 언급은 없어 대부분 (어닝쇼크를)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며 “실적 변동성이 있을 순 있지만,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파두 주가 전망과 관련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은 대기업 반도체 고객사 S사가 계속 거래 관계를 이어 나갈지 여부다. 파두는 SK텔레콤 융합기술원 반도체 연구원 출신 남이현 대표(최고기술책임자)와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출신 이지효 대표(최고경영자)가 2015년 세운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회사다. 핵심 제품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데이터 저장 장치 SSD(solid state drive) 컨트롤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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