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데 뭔데? 나도 좀 엿듣자"→홀란드가 밀친 前 맨시티 선수, “15년간 뛰었잖아”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콜 팔머(21·첼시)가 친정팀 맨시티 선수들의 작전 회의를 엿듣다가 쫓겨났다.
첼시는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를 치렀다. 이전 라운드 토트넘 원정에서 4-1 역전승을 거둔 첼시는 2연승을 노렸다.
홈팀 첼시는 팔머를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배치했다. 중앙은 니콜라 잭슨이 맡았고, 왼쪽 공격은 라힘 스털링이 책임졌다. 첼시가 3-4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에 팔머가 페널티킥(PK)으로 4-4 동점골을 넣었다. 친정팀 가슴에 비수를 꽂은 팔머다.
4-4 균형이 된 이후에도 두 팀은 공격을 주고받았다. 이때 맨시티 선수들이 모여서 세트피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잭 그릴리쉬, 카일 워커, 후벵 디아스, 베르나르두 실바가 머리를 맞대고 작전 회의했다. 팔머는 조용히 이들 뒤로 다가가 옛 동료들의 비밀 대화를 엿들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엘링 홀란드에게 적발됐다. 홀란드는 팔머를 밀며 맨시티 선수 무리에서 떼어냈다. 시비가 붙은 건 아니다. 홀란드는 밝은 표정으로 팔머를 밀쳤다. 그릴리쉬와 디아스는 팔머가 떠난 걸 보고 다시 작전을 논의했다. 결국 두 팀은 추가 득점 없이 4-4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팔머는 최근까지 맨시티의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뛰던 선수다. 맨시티 유스 아카데미 U-8 팀에 입단한 그는 올해까지 15년 가까이 맨시티 소속으로 꿈을 키웠다. 유스팀에서 주장을 맡을 정도로 두터운 신뢰를 받았다. 지난 2020년에는 맨시티 1군으로 콜업돼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이번 시즌 초반에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 맨시티-세비야 경기와 커뮤니티 실드 맨시티-아스널 경기에 출전해 1골씩 넣었다.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번리전(3-0 승)에도 맨시티 선수로 뛰었다. 하지만 여름 이적시장 마감 직전인 3라운드와 4라운드 사이에 첼시로 전격 이적하며 맨시티와 작별했다.
첼시는 팔머를 영입하기 위해 이적료 4000만 파운드(약 670억 원)를 썼다. 팔머는 “맨시티의 화려한 스쿼드에서는 내가 뛸 자리가 없었다. 에이전트가 첼시 이적을 권유하길래 첼시 스쿼드를 봤다. 여기 있으면 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이적 배경을 설명했다.
첼시 소속으로 4라운드부터 12라운드까지 모두 출전했다. 이제는 어엿한 첼시맨이다. 팔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맨시티를 적으로 상대한 건 처음이다. 지난 15년 동안 맨시티 선수로 뛰었다. 맨시티를 대단히 존중한다. 오랜만에 옛 동료들을 만나서 반가웠다”고 돌아봤다.
팔머는 지난 토트넘전에 이어 맨시티전에도 PK로 득점했다. 정확한 왼발 슛이 장점인 그는 “PK 슛을 따로 연습하지 않았다. 그저 내 자신을 믿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덜 푸른 공격수가 푸른 공격수로 변신하고 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