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훈련에도·美핵잠 입항에도…북, 무력시위 없이 '조용'
정찰위성 집중 가능성…'도발로 얻을 게 없다' 판단했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북한이 잇단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에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무력시위를 두 달째 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 9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당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2발 발사한 이후 도발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2월 이른바 '대북 적대행위'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하겠다"고 위협하고 이를 입증하듯 걸핏하면 미사일을 쏴대던 상반기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방한해 13일 서울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한미안보협의회(SCM)를 개최했지만, 북한은 예전과 달리 도발의 빌미로 삼지 않았다.
또 한국과 미국 해군이 지난 9월 25일 동해상에서 연합해상훈련을 했고, 이어 미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지난달 부산항에 입항했는데도 북한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북한이 앞서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CVN-68)의 부산 입항을 앞둔 지난 3월 27일 연합상륙훈련이 진행 중인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핵무장이 가능한 미국 전략폭격기 B-52H의 한반도 전개를 계기로 지난달 22일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사상 첫 한미일 3국 공중 훈련이 이뤄졌을 때도 북한은 무력시위로 대응하지 않았다.
대신 말로 하는 위협은 이어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0일 미국 전략폭격기 B-52H의 한반도 전개를 두고 "적측 지역에 기어드는 전략자산들은 응당 첫 소멸 대상이 된다"고 논평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달 5일 한미일 3국의 군사협력이 "대결과 전쟁의 격랑을 몰아오고 있다"며 "핵전쟁의 발발과 3차대전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의 이러한 변화를 두고선 지난 8월 2차 발사마저도 실패한 뒤로 군사정찰위성 성공에 주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건건사사' 대응하다가 차츰 '선택과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정찰위성 발사가 준비된 것 같긴 한데 여기에 전력을 기울이기 위해서 다른 일은 자중하고 집중한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북한이 무력시위를 통해 얻을 게 별로 없다고 판단하고 있을 수도 있다.
과거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좀 더 유리한 조건에서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는 심산에서 도발을 일삼는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최근엔 미국과의 협상에 미련을 두지 않는 모습이 역력하다.
즉, 한미와 맞서기 위한 핵·미사일 역량 고도화라는 군사적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의 군사도발에는 더는 흥미를 느끼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는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핵·미사일 능력을 보완하는 게 현재로선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최대한 국제사회의 눈에 띄지 않으려 '로키'를 유지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생각일 수 있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9·19 군사합의는 대북 감시·정찰 능력을 제한하는 등 북측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 휴지기가 오래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정찰위성 3차 발사가 예고했던 10월은 넘겼지만 언제라도 감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2월 1일 동계 훈련이 시작되면 이를 계기로 도발이 재개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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