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감성적인 터치 없이도 짙은 로망을 실현하는 이유('장사천재2')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방송인, 혹은 콘텐츠 기획자 백종원을 좋아한다. 엄청난 성공을 연속해 거두며 하나의 방송 영역을 구축한 독보적인 크리에이터인 동시에 방송을 통해 가장 성공한 솔루션니스트다. 그 자체가 기획이고 이미 큰 성공을 거뒀는데, 자신의 영향력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계속해 도전한다. 10여 년 전 MBC <마리텔>을 시작으로 전국에 집밥 열풍을 일으키고, SBS <골목식당> 등을 통해 요식업의 기본과 상생에 관한 덕목을 마련한 다음, 아예 방송 밖으로 나아가 자신의 영향력을 제약 없이 발휘하고 있다. 요리의 팁, 상생 코드가 담긴 지역 맛집 소개는 물론 지방 소도시 전통시장 살리기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의 틀로 담기 힘든 대형 장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최근에는 예능보단 뉴스에서 자주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운영에 집중하는 동안 시작한 방송 프로그램이 올해 봄 시즌1을 방영했던 tvN <장사천재 백사장> 시리즈다. 해외에서 한식당을 오픈하는 건 역시나 백종원이기에 가능한 기획이다. 그리고 최근 권유리, 이장우, 존박 등 시즌1에서 손발을 맞춘 인원들이 다시 한 번 뭉쳐 스페인으로 향했다.
시즌1이 대한민국 최고의 외식 경영 전문가 백종원이 과연 해외에서도 먹힐까라는 궁금증을 내세워 메뉴는 물론, 인테리어, 기물 세팅까지 맨땅에 헤딩하는 '오픈'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2는 마치 게임의 퀘스트처럼 한 동네에 머물며 단계별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즌1과 마찬가지로 상권 내에서 매출경쟁을 하는 것은 물론, 2호점을 내는 프랜차이즈까지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공략집처럼 백종원의 '성공하는 장사'의 법칙을 요약 정리한다.
처음 맛본 한식의 매력에 빠지는 손님들의 리액션, 해외에서 장사를 하며 겪는 좌충우돌 상황들, 어떻게든 무조건 성공으로 이끄는 백종원 매직 등 익숙한 볼거리와 재미가 어김없이 펼쳐진다. 그런데 해외로 나간 팝업스토어 예능이 주로 하는 일상을 벗어난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이 함께 무언갈 이뤄나가는 동화 같은 이야기, 최선을 이미지화한 장사 준비 과정, 현지인들과의 교류, 노동의 보람을 강조하지 않는다. 최선보단 매출이란 최고 결과를 중시하고, 이를 위한 역할과 전략에 집중한다. 단적인 예로 소녀시대의 유리가 진짜 주방에서 요리만 한다. 즉, <장사천재 백사장2>이 다른 예능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성공의 노하우, 즉 일이 되게 되어가는 과정을 백종원에게서 보고 배우는 단기 속성 과외에 있다.
스페인 최고의 미식 도시에서 망한 가게를 인수하게 된 백종원은 그 가게가 왜 망하게 됐는지 문제점을 한나절 만에 파악한다. 이후 장사를 시작하면서 상권 분석하는 법부터 손님을 모으는 비법과 피드백을 반영해 음식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까지 압축 요약해 보여준다. 주변의 잘 되는 가게를 방문해 동네 분위기와 기호, 가격대 등을 익히고, 때로는 직관에 따라 느낌으로 분석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천하의 백종원이라도 부딪혀야 아는 게 있다. 원하는 대로 아웃테리어를 꾸몄지만 막상 손님이 잘 찾지 않자 다른 매장과 비교하며 야외 테이블이 인기 없는 이유를 빨리 파악해 식탁보를 깔아 분위기를 바꾸고, 가장 공들인 야심작 '도리뱅뱅' 메뉴가 잘 안 나가자 가격을 조정한다. 홀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듣고 즉각 반영해 디저트 메뉴를 마련하고, 접시의 크기를 키우면서 찜닭에 당면을 깔고, 육전은 크기를 줄이되 개수를 늘이는 등 단가를 맞추면서 풍성한 플레이팅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재고부담이 있는 음료의 경우 잔으로 팔 되 1+1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를 촉진시킨다. 폭탄 계란찜 서비스, 등갈비에 녹인 치즈를 보이는 자리에서 얹어주는 퍼포먼스 등을 통해 우선 이목을 집중시켜야 하는 이유와 그 예를 직접 보여준다.
이런 구체적인 예시가 방송 내내 계속해 이어진다. 이외에도 장사 초반에는 아끼지 말고 무조건 퍼야 한다거나, 마케팅은 곧 노출 빈도라며 의도대로 팔 수 있어야 한다는 등 장사의 기본공식들을 쉴 틈 없이 강의한다. 그리고 이 모든 시행착오와 피드백이 모여서 결국 음식점은 음식으로 승부를 보는 게 아니라 사람 마음을 읽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의 노하우는 비단 요식업 뿐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 가능한 보편의 진리이기도 하다.
여전히 많은 팝업 스토어 예능이 판타지를 내세우고 있다. 이국적인 풍광, 매력적인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주는 특유의 재미와 교감을 담는다. 백종원도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들 간의 캐미스트리를 중시하고 그런 과정에서 재미 요소를 뽑기도 했다. 하지만 <장사천재 백사장>시리즈는 동화 같은 이야기나 한식의 세계화에 머물지 않고 매출이 나올 수 있는 장사의 법칙을 실례를 통해 알려주는데 집중한다.
구체적인 솔루션이 즉각적인 매출로 이어지는 과정들이 반복된다. 이런 구체적인 지침과 성과로 향해 가는 방향은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연결된다. 본격 장사에 초점을 맞춘 예능이 5% 이상의 시청률이 나온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해낼 것이라는 백종원이란 존재에 기대고픈 신뢰가 크다는 뜻이다. 이런저런 교류나 별다른 감성적인 터치 없이도, 이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그 어떤 동화보다 짙은 로망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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