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잠자는 교실 1편]학생 46.5% '수업 중 자거나 딴짓'…정부 최초 실태조사

진태희 기자 2023. 11. 1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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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잠자는 교실을 깨워야 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말이죠.


그만큼 수업에 집중하지 못 하는, 이른바 '잠자는 교실'의 실태가 심각하다는 건데요.


교육부가 처음으로 수업 미참여 학생 현황 파악에 나섰는데, 실태조사 결과를 EBS가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진태희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리포트]


교육부가 지난달 발간한 '고등학교 수업 유형별 학생 참여 실태조사' 보고서.


고등학생 4천 명을 대상으로 수업 미참여 현황을 조사한 결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업 시간 중에 자거나 다른 공부를 하는 등, 수업과 무관한 행동을 한다고 답한 학생이 63.7%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매우 그렇다"고 답한 학생도 17.7%나 됐습니다.


또래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바라본 결과도 비슷했습니다.


같은 반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자는 편이라고 생각한 학생은 4명 중 1명.


또, 같은 반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11.7%, 집중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학생은 12.6%였습니다.


인터뷰: 권은채 / 고등학교 1학년

(수업을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들이 한 반에 몇 명 정도 있다고 보세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8~9명? 대부분 그냥 자거나 핸드폰 몰래 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 장재웅 / 고등학교 1학년

"학원 숙제를 못하고 자는 애들이 학교 와서 수업 시간에 학원 숙제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아니면 그냥 정말 순수하게 학교 수업이 재미없는 경우도 있어서 자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학교 유형이나, 성적별로 수업에 대한 흥미와 참여도는 조금씩 달랐습니다.


성적이 높을수록, 일반고보다는 특목고에서, 문과보다는 이과 학생의 수업 흥미와 참여도가 높았습니다. 


수업에 어려움을 느끼면 흥미와 참여도가 떨어져, 다시 수업에서 멀어지는 악순환이 누적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정제영 교수 / 이화여대 교육학과 (정책 연구진)

"성적이 낮거나 학교에 수업의 진도를 맞추지 못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수업 내용 자체가 이해가 안 되고, 흥미가 없으면 집중하기 어려운 결과로 연결이 된다고 볼 수 있고요. 그래서 맞춤형 교육을 해야한다."


교사들의 평가도 비슷했습니다.


실제, 교사 1천여 명에게 물었더니, 우리 학교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한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 경우가 각각 7.7%를 기록했습니다.


공부가 어려우면 수업을 아예 포기하고, 공부를 잘하면 수업을 지나치게 쉽다고 여겨, 수업 중 대놓고 다른 공부를 한다는 사례가 많다는 겁니다.


이런 환경은 교사들이 다양한 수업을 시도할 의욕마저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등학교 12년 차 과학 교사 

"(특히 3학년 2학기는) 선생님이 수업을 안 듣는다고 불이익을 주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대신 각자 할 게 있다고 하니 자지만 말아라. 이제 이렇게 돼버리는 거죠. 제 마지막 교사로서의 자존심….


교사들은 행정업무를 간소화해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교권을 강화해 수업 재량권을 보장해줄 것을 대안으로 꼽았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내년부턴 학생의 질문과 토론이 수업의 기반이 되는 '질문하는 학교'를 운영해, 공교육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입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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