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로 아기 감싸 체온 유지…이스라엘-하마스, 병원 연료 책임 공방

홍석재 2023. 11. 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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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방위군(IDF)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 지하에 하마스 지휘부가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이 병원을 둘러싼 전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에 필요한 최소한의 연료 공급을 시도했지만, 하마스 쪽 방해로 전달하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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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스라엘군(IDF)이 12일(현지시간)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에 공급했다고 밝힌 연료통들이 바닥에 놓여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알시파 병원에 긴급 의료 용도로 연료 300ℓ를 전달했으나 하마스 측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IDF 제공 영상 캡처] 가자지구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 지하에 하마스 지휘부가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이 병원을 둘러싼 전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연료 공급이 끊겨 병원 기능이 마비되고 신생아들이 잇따라 숨지는데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는 연료 공급 중단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알아라비야 방송은 12일(현지시각) 무함마드 아부 살미야 알시파 병원장이 “알시파 병원 모든 수술실이 전기 부족으로 인해 작동하지 않는다”며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친 사람들이 와도 응급 처치 외에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의료진들은 인큐베이터에서 보호받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미숙아들을 살리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인큐베이터가 기능을 멈추자, 의료진들은 아이들을 비닐로 감싼 채 따뜻한 물로 아이들을 닦아주며 체온 유지를 돕고 있다. 이미 미숙아 7명은 숨을 거뒀다.

병원에는 사흘째 필수 물자들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옛 트위터)에 “병원에 전기, 물, 인터넷이 끊긴 지 사흘이 지났고 필수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시엔엔(CNN)은 “알시파 병원 주변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면서 환자와 의료진들이 기능이 멈춘 병원 안에 사실상 갇힌 상태”라며 “구급차들은 외부에서 발생한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겨올 수 없으면, 병원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생명 유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등 ‘재앙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건 당국과 구호 기관이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12일(현지시각) 공개된 위성 사진에 팔레스타인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 인근의 피해 상황을 볼수 있다. 막사 테크놀로지 제공/연합뉴스

앞서 지난 10일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을 폭격해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 주변에서 하마스 대원들과 충돌이 있었으나 병원을 직접 타격하지는 않았으며, 하마스가 병원 지하에 사령부를 포함한 군사시설을 구축했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12일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병원 기능이 멈췄다는 호소에 대해 “우리는 그런 주장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하마스가 많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데, 알시파 병원에는 전기가 공급되고 있고 병원 기능도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에 필요한 최소한의 연료 공급을 시도했지만, 하마스 쪽 방해로 전달하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긴급 의료 용도로 300리터의 연료를 공급하려 했지만, 하마스가 연료를 받지 못하도록 막았다”며 “관련 증거도 확보돼 있다”는 입장을 냈다. 반면 하마스 쪽은 “병원 발전기를 30분 돌리기도 충분치 않은 분량으로 환자들의 고통을 가볍게 본 것”이라면서 연료 공급을 막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병원으로선 적은 분량이라도 연료가 절실한데,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쪽이 제각각 주장을 내놓으면서 그마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부 살미야 병원장은 알아라비야에 “이스라엘 쪽에서 연료를 제공하겠다고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왔으며, 30분 동안만 발전기를 가동할 수 있는 전력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직원들이 너무 무서워서 연료를 받으러 (병원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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