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 기침, 가래, 열, 땀은 왜 날까?

서효석 2023. 11. 1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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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닥 의학기자 서효석 원장|출처: 하이닥

최근 따뜻한 날씨로 인해 단풍이 설익었다거나 11월인데도 개나리가 피었다는 뉴스가 들려왔지만, 비 한번 내리고 나니 어김없이 추워졌다. 이렇게 쌀쌀해지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찬 바람 한번 맞았다가는 금세 콧물을 훌쩍거리고 기침을 하게 된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은 별생각 없이 ‘어? 감기에 걸렸네’라며 병원을 거쳐 약국을 찾는다. 즉 내 몸이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건데, 과연 그럴까?

필자는 다르게 생각한다. 즉 그런 상태는 질병이 아니다. 콧물을 훌쩍거리는 것은, 찬 공기를 만나니까 코가 인체를 보호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점액을 분비하는 것이다. 콧물은 코의 표피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여 찬 공기로 인한 동상(凍傷)을 막아준다. 또한, 콧물은 비강(鼻腔, 콧구멍에서 목젖 윗부분에 이르는 빈 곳) 내로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이물질들을 포획하거나 녹여서 체외로 배출하는 자정작용도 한다. 콧속에는 많은 털이 있어 세균, 먼지 등 유해물질이 들어오면 필터링하여 콧물이나 재채기를 통해 내보내는데 이건 아주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이지, 몸이 망가진 병리적 현상이 아니다.

기침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목에는 두 개의 길이 있는데, 하나는 음식물이 지나가는 ‘식도(食道)’이고, 다른 하나는 공기가 지나가는 ‘기도(氣道)’이다. 기도에는 ‘후두개(喉頭蓋)’라는 뚜껑이 있어 숨을 쉴 때는 열려서 공기가 통하게 하고, 음식이 넘어갈 때는 닫혀서 음식물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여 후두개가 열려 있을 때 밥알이나 물 등이 기도로 들어가면, 몸이 알아차리고 얼른 음식물을 제거하려 기침을 하게 된다. 기침할 때 밥알이 날아가는 속도는 시속 160km가 넘는데, 그만큼 신속하게 유해물질을 날려버리려는 기민한 인체의 반응이다. 이처럼 기침은 음식뿐 아니라 세균이나 먼지 등 이물질이 기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기도 안에 가래 등 분비물이 쌓였을 때도 일부러 폭발하듯 숨을 터뜨려 기관지를 깨끗하게 청소해 준다.

이렇게 코털이 먼지를 걸러주고, 콧물이 세균을 죽이고, 기침이 유해물질을 날려버려도 무사히 통과하는 세균이나 먼지들도 있기 마련이다. 다행히 현명한 인체는 핵심 생명인 폐에 가까워질수록 곳곳에 뛰어난 호위 무사들을 배치해 두었다. 우선 기도 벽에는 끈끈한 액체가 있어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균들을 도망가지 못하게 잡아 놓고 ‘라이소자임(Lysozyme)’이라는 항균성 효소를 내뿜어 세균을 녹여버린다. 기관지 관(管) 전체가 이처럼 먼지와 균이 들러붙도록 끈적끈적한 점액으로 덮여 있고, 수백만 개의 섬모가 1분에 200번씩 빗자루질을 해 호흡할 때마다 앞뒤로 움직여 점액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청소해 가래를 통해 기침으로 뱉어낸다.
기관지에 덮인 점액질인 가래는 95%의 수분과 5%의 단백질, 지질, 무기질, 면역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관지를 보호하고 호흡을 통해 들어오는 물리적 자극은 물론,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방패 역할도 한다. 공기가 좋지 않은 곳에서는 가래가 더 많이 배출되는데, 기관지 벽에 난 가느다란 털들이 더 많은 미생물이나 이물질을 붙잡아 점액과 섞어 부지런히 섬모 운동을 통해 후두 쪽으로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래로 물청소한 뒤 각종 이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하는 일종의 바람 청소가 바로 기침이다.

그렇다면, 열은 왜 나는 걸까? 병원균은 대부분 온도에 민감해서 체온이 높아지면 생존 능력이 떨어져서 잘 활동하지 못하고, 온도가 더 높아지면 죽어버리고 만다. 따라서 발열 현상을 통해 인체는 병균의 전력을 약화한 뒤 백혈구를 보내 싸우게 한다. 우리 몸은 이렇게 협동하여 인체를 보호하는데, 세균이 다 죽고 나면 체온을 평상시로 돌려놓아야 하므로 이번에는 열을 식히느라 땀이 나는 것이다.

이처럼 콧물, 기침, 가래, 발열, 발한 등은 인체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가동하는 훌륭한 면역 기전이다. 그러나 이를 질병으로 착각하여 성급하게 병원으로 달려가 항생제나 소염제, 해열제 등의 약을 먹어버리면, 내 면역 세포가 항원을 인지하여 항체를 형성하고 면역력을 훈련할 귀중한 기회를 앗아가 버린다. 따라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병은 내 몸이 가지고 있는 자연 치유력에 의해 낫는다는 사실이다. 정리하자면 ‘약 모르고 오용 말고, 약 좋다고 남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조금만 콧물이 흐르고 기침이 나도 약부터 먼저 찾는 습관을 버리고, 폐 기능을 강화하여 내 몸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해야 한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서효석 원장 (한의사)

서효석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전문가 대표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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