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카드 기대했습니다" kt는 우타자 천국인데, LG 비밀무기는 왜 왼손투수일까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선발 출전하는 타자 9명 가운데 8명이 오른손타자인 팀을 상대로 왼손투수를 '히든카드'로 준비했다? LG의 '역선택'은 무슨 이유였을까.
LG 트윈스는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5-4 대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앞서나갔다. 4선발 맞대결에서 홈런 3개, 8타자 연속 안타, 총 17안타 등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하면서 우승에 가까워졌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김윤식이 5⅔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면서 마운드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이동일 전에 필승조를 아끼면서 이틀 휴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사실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김윤식과 엄상백의 선발 맞대결 결과를 섣불리 예상하기 어려웠다. 김윤식은 지난해 후반기 경기력을 올 시즌으로 이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엄상백도 부상 후 컨디션 난조로 플레이오프까지는 kt에서 활용할 수 없는 카드였다. 난타전, 혹은 불펜 싸움이 될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불펜 싸움으로 가면 뎁스에 강점이 있는 LG가 유리할 것 같지만, LG는 8일 2차전과 10일 3차전을 통해 불펜투수들이 무려 15이닝을 던진 상태였다. 2차전 선발 최원태가 아웃카운트 하나 만에 4실점하고 교체됐고, 3차전 선발 임찬규는 실점은 최소화했으나 3⅔이닝 밖에 책임지지 못했다.
등판 순서만 달라졌을 뿐 8일 2차전에서 8⅔이닝 무실점을 합작한 불펜진 7명이 모두 10일 3차전에 등판했다. 이동일 덕분에 연투는 아니었지만 한국시리즈라는 중압감과 연이은 실점 위기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3차전은 체감온도가 영하까지 떨어지는 추위 속에서 진행됐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 우위 속에서도 4차전에 대한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8일 2차전 불펜 8⅔이닝 무실점
이정용(1⅔이닝 28구) 정우영(1⅓이닝 26구) 김진성(⅔이닝 13구) 백승현(⅔이닝 22구) 유영찬(2⅓이닝 22구) 함덕주(1이닝 11구) 고우석(1이닝 10구)
#10일 3차전 불펜 5⅓이닝 7실점 6자책점
김진성(⅓이닝 13구) 정우영(⅓이닝 10구 2실점 1자책점) 함덕주(아웃카운트 없이 7구 1실점) 백승현(⅔이닝 8구) 유영찬(2이닝 35구) 고우석(1⅓이닝 39구 3실점) 이정용(⅔이닝 3구)
11일 4차전에 앞서 김경태 투수코치는 "3차전의 경우에는 (임)찬규가 가능한 많이 이닝을 끌어가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투구 수가 많아졌고(3⅔이닝 82구) 날씨도 추워서 커맨드가 흔들려서 3차전도 불펜이 일찍 가동되게 됐다. 내부 계획상 길게 갈 수 있는 선수는 유영찬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5회 한 이닝을 막기 위해 필승조 정우영 함덕주 백승현이 등판하면서 불펜 운영 계획이 살짝 꼬였다. 고우석 2이닝 세이브를 시도하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다. 김경태 코치는 "일단 리드한 상황에서 앞쪽에 우리 불펜에서 강한 선수들을 내보내서 막고, 타선이 괜찮으니 추가점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추위 탓인지 함덕주의 구위가 평소처럼 나오지 않았다. 예상보다 많은 투수가 나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4차전이 펼쳐졌다. 자칫 김윤식까지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가면 불펜 싸움에서 유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분위기. LG 벤치 역시 같은 생각으로 4차전을 준비했다.
김경태 코치는 "4차전은 (길게 던질 수 있는)최원태 이정용이 대기한다. 그래서 3차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3차전을 놓치면 더 어려운 흐름이 될 수 있고, 선발투수(케이시 켈리)를 당겨써야 하는 상황이라 3차전에 '올 인'한다는 마음으로 운영했다. 4차전은 멀티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있다. 이우찬 최동환, 또 지금까지 선보인 적 없는 손주영이 있기 때문에 3차전에 다 쏟아넣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경태 코치의 입에서 엔트리 14번째 투수 손주영의 이름까지 나왔다. 선발 유망주인 손주영은 올해 1군에서 3경기 1승 평균자책점 5.19를 기록했다. 팔꿈치 인대재건수술을 받고 재활하느라 시즌 대부분을 퓨처스 팀에서 보냈다. 그런데 한국시리즈 30인 엔트리에 포함돼 화제가 됐다. 4차전까지 치른 가운데 LG 투수 중에서 유일하게 마운드에 오르지 않은 선수이기도 하다.
손주영의 한국시리즈 엔트리 발탁은 kt 타선이 주로 오른손타자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외의 판단으로 보였다. 큰 경기 경험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하려는 것이라는 염경엽 감독의 설명이 있었지만 그래도 빠진 선수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김경태 코치는 손주영에게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고 있었다. 깜짝 카드라는 표현도 썼다.
그는 "먼저 손주영은 구위가 좋다. 그리고 kt 타선을 보니 체인지업이나 포크볼 같이 떨어지는 공을 던지는 왼손투수에게 약한 면이 있었다. 또 손주영은 kt 타자들에게 낯선 선수다(통산 1군 kt전 2경기). 감독님과 함께 손주영이 단기전에서 깜짝 카드가 될 거로 생각했다. 충분히 3이닝 이상 던져줄 체력도 있다. 그래서 손주영을 남겨두고 있었고, 잘하면 오늘(4차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고 설명했다.
등판이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손주영은 실제로 불펜에서 몸을 풀기도 했다. 김윤식이 5⅔이닝을 책임진 덕분에, 또 타선이 7회까지 12-1 큰 리드를 만든 덕분에 한국시리즈 실전 등판은 무산됐다. LG는 백승현(⅓이닝) 이정용(1이닝) 이우찬(⅓이닝 2실점) 최동환(⅔이닝) 최원태(1이닝 1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제 우승까지 단 1승 남았다. 김경태 코치는 마지막 승리를 위해 추위 대비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힘든 점이 있다. (3차전에서)갑자기 구속이 안 나오더라. 우리 불펜은 다 구위형 투수들인데 평소보다 한 시속 2~3㎞ 덜 나왔다. 그런 점들이 신경 쓰인다. 준비는 충분히, 또 천천히 미리 하도록 하는데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5차전 선발투수는 에이스이자 장수 외국인 선수, LG 대표 빅게임 피처 케이시 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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