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역질문 "18세 이강인 K리거였다면 경기 뛰었을까? 어린 선수 키우자"(전문)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K리그에서 어린 선수들을 더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강인(22·PSG)을 예로 들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을 치른다. 곧바로 중국으로 출국해 21일 중국 선전에서 중국과 맞붙는다.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준비 모드에 돌입했다.
싱가포르전을 앞둔 13일, 클린스만 감독이 국내 취재진과 만나 11월 A매치 소집 인터뷰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북중미 월드컵 준비 과정, 2023 아시안컵 목표 및 한국 대표팀 선수 구성 고민들을 털어놨다.
[이하 클린스만 감독 기자회견 일문일답]
-싱가포르전, 중국전 2연전 앞둔 소감.
지난 2연전(튀니지전 4-0 승, 베트남전 6-0 승)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존경하는 감독이 해준 말이 있다. 경기 끝난 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음 경기 준비하기 전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상대 싱가포르, 중국이 쉬운 상대라고 하는데,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지난주 전북 현대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싱가포르 라이언시티에 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컵대회에서 3부리그 팀한테 졌다. 축구에서는 절대 쉬운 경기가 없다.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라고 해서 쉽지 않다.
-한국 공격력이 강하다고 생각하는지.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100%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이다. 제가 부임한 후 어린 선수들이 상당히 많이 성장했다. 대표적인 예는 이강인이다. 6개월 전 이강인과 현재의 이강인은 완전히 다른 선수다.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해 주전으로 뛰고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저돌적인 플레이를 하도록 지시한다.
손흥민과 황희찬, 정우영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선수들이 꾸준히 경기 출전하는 게 중요하다. 올 시즌 자주 출전한다. 다음 단계로 가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 잘 안다. 이들이 성장하면 한국 대표팀이 강해진다.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제가 부임하고 치렀던 경기 중 가장 좋은 경기는 콜롬비아전(2-2 무)이다. 그때 경기는 다시 봐도 만족한다. 콜롬비아전 같은 경기를 하고 싶다.
-아시안컵 우승한 지 오래됐다. 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은 잘 통과했는데, 아시안컵 토너먼트에서 약했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어떤 대표팀이든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크다. 월드컵이 끝난 후 어린 선수들의 성장, 베테랑 선수들의 은퇴가 겹친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보고 그중 누구를 대표팀으로 뽑을지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이강인, 정우영,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이 유럽 탑 팀에서 주전으로 뛴다. 미디어와 팬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기대감이 당연하다. 아시안컵 목표는 명확하다. 우승이다. ‘일단 4강까지 가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우리가 상대할 일본, 이란,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모두 좋은 팀이다.
지금 중요한 건 월드컵 2차 예선이다. 싱가포르전 쉽지 않다. 중국은 거친 팀이다. 진중하게 준비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는 팀에서 뛴다. 대표팀에서도 좋은 결과를 목표로 잡아야 한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랭킹이 낮고 수비적인 팀이다. 감독님이 본 싱가포르는 어떤 팀인가.
수비적으로 내리는 상대, 수준 차이가 나는 상대와 붙을 때는 시작부터 우리만의 템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서 우리의 리듬을 찾는 건 어렵다. 베트남전에서 화가 난 부분이 있다. 초반에 3차례 득점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했다. 찬스를 놓치면 골이 다시 안 나온다. 찬스가 오면 바로 골을 넣어야 한다. 싱가포르전에서도 첫 골을 빨리 넣어야 한다. 첫 골이 빨리 나오면 경기를 쉽게 풀 수 있다.
싱가포르 가서 라이언 시티-전북 경기를 봤다. 라이언 시티에 싱가포르 대표팀 선수 8명이 있었다. 분명히 실력이 있었다. 잘 준비해야 한다. 이번 싱가포르전 매진됐다. 홈 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 기대된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국이 32개에서 48개로 늘었다. 월드컵 진출이 쉽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월드컵 진출이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출전국이 늘어난 만큼 다른 팀도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남미 축구를 자주 본다. 지난 월드컵에 못 나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같은 팀을 보면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이탈리아도 좋은 예다. 지난 2차례 월드컵에 못 나왔지만 유로 2020에서 우승했다. 월드컵은 쉬운 무대가 아니다. 프로페셔널한 자세로 준비해야 한다. 이번 예선전 2경기에서 최대한 승점을 쌓아야 한다.
-좌우 윙백 선수 나이가 많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어린 선수들이 어느 팀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체크한다. 측면 수비는 우리도 고민하는 포지션이다. 감독 사무실에 오면 각 포지션별 선수가 3명씩 나열되어 있다. 이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누구를 뽑을지 고민한다. 감독으로서 행복한 고민이다. 내부적으로 자주 논의한다.
지난 U-20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올랐다. 그 선수들이 지금 어디서 뛰고 있는가. 몇몇 선수가 미트윌란, 브렌트포드로 이적했지만, K리그에 남아있는 선수들도 경기를 뛰어야 한다. 한국에서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받는 게 어렵다.
과연 18살의 이강인이 K리그에 있다면 경기를 뛰었을까 궁금하다. 스페인에서 뛰었기에 어린 나이에 기회를 받아서 지금의 이강인이 됐다. 도르트문트를 봐도 어린 선수들을 잘 쓴다.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 크리스티안 퓰리식(AC밀란)이 대표적인 예다. U-20 월드컵 4강 멤버들이 지금 K리그에서 못 뛰고 있다.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뛰던 조진호도 지켜보고 있다.
사이드백 나이가 많다. 김진수, 이기제, 김태환, 김문환 다 잘해주고 있다. 설영우는 조금 어리다. 대표팀 올 때마다 잘해준다. 이 포지션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은 자리다. 대책을 생각하겠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변화가 있다.
-재택근무, 외유 논란은 축구협회와 오해가 있었는지.
전혀 오해가 없었다. 미디어와 팬이 보기에 제가 일하는 방식이 의아했을 수 있다. 대표팀 선수단 70~80%가 유럽에서 뛴다. 저의 업무방식은 바뀌지 않는다. 바뀐다면 더 이상 제 자신이 아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에게 제 업무 스타일을 설명했다. 오해는 없다.
해외 출장이 필요한 경우 계속 출장을 가겠다. 이번 싱가포르 출장도 유익했다. 미국 축구대표팀 감독일 때도 항상 출장을 다녔다. 중남미 아메리카를 돌아다니며 상대 팀을 체크했다. 지금도 유럽 구단을 돌아다니며 각 팀과 네트워크를 쌓는다. 경기를 지켜보는 것뿐만 아니라 구단 관계자를 만나 우리 선수 상태를 체크한다. 국제적인 시선으로 대표팀 감독을 할 생각이다. 바뀌지 않을 것이다.
K리그 감독들을 존중하고, 배울 점도 많지만 내가 하는 일은 대표팀 감독이다. 업무 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없다. 처음엔 논란이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이해해주는 거 같다. 한국 축구를 위해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겠다. 이동 시간이 많지만 그건 제가 해결할 문제다.
축구 역시 다른 분야와 비슷하다. 의료나 언론, IT 분야와 비슷하다. 지속적으로 지식을 쌓고 흐름을 캐치해야 한다. 감사하게도 FIFA 기술위원, UEFA 기술위원을 하면서 유럽 감독들과 자주 모일 수 있다. 지식을 공유하고 관계를 맺는다.
축구 트렌드는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자주 나온다. 특히 8강 팀 트렌드를 보면서 다음 월드컵을 준비한다. 카를로 안첼로티(레알 마드리드), 펩 과르디올라(맨시티), 위르겐 클롭(리버풀) 감독이 어떤 축구를 하는지 지켜본다. 이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다양한 얘기를 한다. 9월에 영국에서 A매치 하기 전에 유럽에서 이 감독들과 만나 대화했다.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공부하겠다.
-대표팀 70%가 유럽파인 건 이해한다. 결국 대체자는 국내 선수 중에서 찾아야 한다.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차두리 코치가 K리그 경기를 상당히 많이 본다. 어린 선수 스카우팅을 노력한다. 눈에 띄는 선수가 있으면 집중해서 체크한다. K리그 선수 디테일하게 보려고 한다. 코칭스태프 내부적인 풀(pool)이 있다.
-축구협회 유럽 사무소는 어느 정도 진행된 프로젝트인가.
개인적인 아이디어다. 이제는 필요하지 않나 싶다. 유럽 사무소를 차리고 소수 인원만 배치해도 될 것이다. 유럽파 선수들을 위한 행정적인 업무, 의료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최소 인원만 있어도 좋겠다. 지금으로선 아시안컵 우승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아시안컵 끝나고 축구협회와 논의하겠다.
-우리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노하우를 쓰는지.
지금 선수들이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젊은 사람들과 일하는 건 흥미롭지만, 제 시대의 젊은 사람과 요즘 젊은 사람은 차이가 있다. 모두가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축구는 선수들의 스포츠다. 절대 감독이 할 수 없다.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선수들 스스로 해야 한다. 선수끼리 대화도 선수들이 스스로 할 일이다. 언제 어디서든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훈련이나 식사 시간 외에 밖에 나가서 여자친구나 가족 만나고 오려면 나갔다 오라고 한다. 성인이기 때문에 책임을 가져야 한다. 경기를 이기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기기만 하면 감독, 코치, 선수 관계가 정말 좋다. 하지만 경기에서 못 이기면 선수들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다음 경기 분위기 반전을 해야 한다.
독일 대표팀이 이런 걸 정말 잘했다. 요즘은 그런 모습이 사라졌지만 예전 독일은 90분 내내 언제든 골을 넣을 수 있었다. 대표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게 중요하다.
# 축구국가대표팀 11월 소집명단(23명)
GK: 김승규(알샤밥), 조현우(울산현대), 송범근(쇼난벨마레)
DF: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 설영우(이상 울산현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진수(전북현대), 이기제(수원삼성)
MF: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박용우(알아인), 이재성(마인츠), 홍현석(KAA헨트),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 정우영(VfB 슈투트가르트), 황희찬(울버햄튼), 이순민(광주FC), 문선민(전북현대)
FW: 오현규(셀틱), 조규성(미트윌란), 황의조(노리치 시티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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