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소리, 색다른 매력…한국-대만 전통악기 한 무대에

임석규 2023. 11. 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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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와 관즈, 해금과 얼후.

생김새가 어슷비슷한 한국과 대만의 전통 악기들이 한 무대에서 닮은 듯 다른 소리를 냈다.

대만 작곡가 린신핀이 작곡한 '관즈와 피리를 위한 이중 협주곡 강원도'는 우리 민요 '한오백년'과 '도라지타령'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다.

최지혜 작곡 '이현 해금과 얼후를 위한 협주곡'에서도 두 악기의 다른 개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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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얼후, 피리-관즈 생김새 비슷해도 다른 개성
한국과 대만 전통음악 합동 공연에서 생김새가 비슷한 해금(왼쪽)과 얼후는 서로 다른 개성을 빚어냈다. 연합뉴스

피리와 관즈, 해금과 얼후. 생김새가 어슷비슷한 한국과 대만의 전통 악기들이 한 무대에서 닮은 듯 다른 소리를 냈다. 피리보다 통이 굵고 태평소처럼 끝이 나발 모양인 관즈는 소리가 얇고 높았다. 부드럽고 경쾌한 얼후와 깊고 굵은 해금도 묘한 화음을 빚어냈다. 지난 1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국립국악원과 대만국악단 합동 공연이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제목처럼 두 나라 전통 악기들은 조화를 이루면서도 다른 매력을 뿜어냈다.

대만 지휘자 치앙칭포는 북한 작곡가 최성환이 작곡한 ‘아리랑 환상곡’을 교향악처럼 웅장하게 연주했다. 대만 연주자 26명에 심벌즈와 팀파니, 키보드 등 서양 악기군까지 가세한 60명 대규모 편성이었다. 대만 악기 ‘거후’를 개량한 ‘‘에코-거후’와 에코-베이스 거후’는 첼로, 더블베이스처럼 풍성한 저음을 냈다. 국악관현악에선 저음 악기로 첼로와 더블베이스를 편성하기도 한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우리도 저음 현악기 개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피리 연주자 임규수(왼쪽)와 관즈 연주자 추이저우순이 지난 10일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한국-대만 합동공연에서 ‘관즈와 피리를 위한 이중 협주곡 강원도’를 협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만 작곡가 린신핀이 작곡한 ‘관즈와 피리를 위한 이중 협주곡 강원도’는 우리 민요 ‘한오백년’과 ‘도라지타령’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다. 피리 연주자 임규수는 “피리는 관즈보다 통은 얇은데 소리는 두툼하고 편안한 느낌”이라며 “관즈는 소리가 얇고 높으며 강하다”고 말했다. 추이저우순 관즈 연주자는 “관즈는 피리에 기반을 둔 악기지만 전승되는 과정에서 이름과 재질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최지혜 작곡 ‘이현 해금과 얼후를 위한 협주곡’에서도 두 악기의 다른 개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명주실을 꼬아 만든 해금은 귀를 긁듯 하면서도 애절한 소리를 냈는데, 바이올린처럼 쇠줄로 개량한 얼후는 명랑하고 편안했다. 김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해금 수석은 “얼후는 빠른 악장에 자연스러우며 해금은 깊은 소리를 표현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대만 지휘자 치앙칭포가 한국과 대만의 전통음악 교류 공연 ‘화이부동’을 지휘하는 모습. 국립국악원 제공

다음 달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대만을 방문해 합동 공연을 펼친다. 대만 공연에선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권성택 예술감독이 두 나라 합동 관현악단을 지휘한다. 권 감독은 “한국과 대만 작곡가들의 음악 스타일도 비슷하다”며 “음악에는 경계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치앙칭포 지휘자는 “두 나라 모두 전통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두 나라 공연 교류로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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