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과 채종협, 이들의 생존기로 '무인도의 디바'가 말하려는 것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11. 1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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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의 디바’, 무인도나 바깥세상이나 다를 바 없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면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다. 어린 목하(이레)와 기호(문우진)는 춘삼도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다. 아버지들의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기호는 혼자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돈을 모았고, 목하는 자신이 추종하는 가수 윤란주(김효진)의 노래를 들으며 그 섬에서 나와 스타가 된 그녀처럼 되고 싶었다.

결국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 온 목하를 기호는 섬 바깥으로 도망치게 해줬지만, 배까지 따라온 아버지를 피해 목하는 바닷물로 뛰어들었고 무인도에 표류하게 됐다. 목하를 잡으려 바다로 뛰어들었던 아버지는 사망했지만 목하는 그 무인도에서 15년을 버텨낸 후에야 겨우 섬에 취재 차 들어왔던 강보걸(채종협), 강우학(차학연) 형제에게 구조됐다.

그런데 하필이면 목하(박은빈)가 강보걸, 강우학 형제에게 구조된 건 그저 우연이 아니었다. 결국 밝혀진 사실이지만 강보걸이 바로 정기호였던 것. 그는 어쩌면 살아있을 지도 모를 목하르 찾기 위해 무인도들을 찾아 나섰을 테고 그래서 결국 목하를 찾아낸 것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목하가 15년 동안 무인도에서 자신만의 생존기를 쓰고 있을 때, 강보걸로 신분까지 감추며 살아온 정기호 역시 자신만의 생존기를 쓰고 있었다.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의 생존기를.

목하는 결국 구조됨으로써 무인도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지만, 신분세탁을 한 채 살아가는 강보걸과 그의 엄마 송하정(서정연) 그리고 아버지 강상두(이중옥)와 형 강우학(차학연)은 어떤 의미에서는 여전히 무인도에서 살고 있다. 세상 바깥에 나와 있지만 자신의 진짜 이름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거짓말은 그만하죠. 아무리 좋은 의도고 불가피한 이유였어도 거짓말은 거짓말이에요. 계속하면 점점 약점만 늘고 할 말도 못해요. 나중엔 수습도 힘들어질 겁니다." 6화 '비밀 vs 거짓말'편에서 노래 대결을 앞둔 은모래(배강희)와 윤란주에게 각각 AR도 립싱크도 하지 말고 라이브로 하자며 강보걸이 하는 말은 그래서 비밀을 거짓말로 감추고 살아온 그와 그의 가족 역시 어떤 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수위가 낮아지는 저수지 영상은 어쩌면 강보걸 가족이 해온 신분세탁의 비밀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 저수지 아래 어떤 사연으로 죽게 된 이들과 신분을 바꿨다든가 하는 그런 비밀 말이다.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아버지 정봉완(이승준)의 추적과 또다시 시작될 지도 모를 폭력의 위협 앞에서 이들은 끝내 자신들만의 무인도에 스스로를 가둬뒀던 것이지만 이제는 거기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피하고 도망치기보다는 폭력에 맞서려 하는 것.

<무인도의 디바>가 흥미로운 건 서목하와 윤란주가 함께 노래를 통해 그려나가는 쌍방 구원 서사의 발랄함과 더불어, 그 이면에 가정폭력 생존자들의 생존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즉 무인도나 바깥세상이나 모두 생존기를 그리고 있다는 건, 그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무인도에서의 살아남기 위한 생존과 속물적인 현실의 욕망들이 부딪치는 그 생존은 결이 사뭇 다르지만.

그래서 이 속물적인 세상과 서목하는 무인도에서 생존을 통해 배웠던 것들로 맞선다. 윤란주의 재기를 막기 위해 일부러 은모래가 노래 대결 상대자로 나오고, 자기는 라이브가 아닌 AR을 쓰겠다는 꼼수를 부리자, 서목하는 이 위기 상황을 자신이 무인도에서 맞닥뜨렸던 멧돼지와 맞섰던 방식으로 넘어서려 한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안 목하가 멧돼지를 함정에 빠뜨려 잡아버렸던 것처럼, 꼼수를 쓰려는 은모래와 맞서려 한다.

과연 서목하는 무인도 생존기를 통해 배웠던 것들을 통해, 윤란주와도 또 강보걸과 그 가족들과도 쌍방 구원의 해법을 보여줄 수 있을까. 특히 이들 가정폭력의 생존자들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무인도 탈출을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 이야기를 통해 무인도 같은 삶을 매일 같이 마주하며 버텨내고 있는 '존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해줄 수 있기를. 이 땅의 모든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질 수 있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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