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인사 깊이보기[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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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고심 끝에 대법원장 후보자로 조희대 전 대법관을 지난 8일 지명했다.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도 만약 대통령과 친분 문제가 없었다면 더불어민주당이 당론 부결까지 밀어붙였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정통 TK(대구·경북) 출신 보수 인사인 조 전 대법관, 호남(전북 정읍) 출신인 김 재판관, 이번 정부에서 지분이 적지 않은 강원 출신 정 교수가 대통령실 참모들이 압축한 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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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고심 끝에 대법원장 후보자로 조희대 전 대법관을 지난 8일 지명했다. 35년 만에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 여당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여파 속에서 이뤄진 이번 인선에서는 여러 가지 짚어볼 점이 있어 보인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인사에서는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배제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조 전 대법관을 비롯해 김형두 헌법재판소 재판관,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최종 후보로 두고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윤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사람은 없다.
국회 임명동의안 투표에서 대통령과의 친분은 중요한 변수가 됐다. 대통령과 사법시험 준비하던 시절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진 오석준 대법관은 별다른 개인적 흠결이 없음에도 지난해 임명 제청 이후 임명동의안 통과까지 역대 최장인 119일이 걸렸다. 대형 법무법인으로부터 고액 자문료를 받아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불거진 권영준 대법관의 경우 오 대법관보다 임명동의안 투표 시 찬성표가 적었지만, 시간이 지체되진 않았다.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도 만약 대통령과 친분 문제가 없었다면 더불어민주당이 당론 부결까지 밀어붙였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법조인을 기용해야 하는 주요 자리에 개인적 인연을 중하게 여기는 듯했던 윤 대통령이 인사 시야를 넓힌 것은 높게 평가할 수 있었다. 거야(巨野)의 힘자랑에 당해서 분하기 짝이 없지만, 대법원장 공백을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는 책임감에서 임명동의안 투표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인선을 진행했다.
여권에서 여러 가지 경로로 추천이 들어갔고, 세 명의 후보자가 추려졌다. 정통 TK(대구·경북) 출신 보수 인사인 조 전 대법관, 호남(전북 정읍) 출신인 김 재판관, 이번 정부에서 지분이 적지 않은 강원 출신 정 교수가 대통령실 참모들이 압축한 후보였다.
한때 김 재판관이 급부상해서 가장 앞서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재판장 시절 뇌물 혐의를 받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 차장이라는 요직을 맡은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될 수 있었던 건 김 전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이 된 이후에는 확실한 보수 인사에 가깝게 변신했기 때문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사건, ‘방송 3법’ 권한쟁의 심판 사건 등에서 보여준 모습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놀랍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이 반대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게 최대 강점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최종 선택은 조 전 대법관이었다. 그야말로 인사권자의 결정이기에 정확한 과정이야 알기 어렵지만, 훨씬 더 오랫동안 보수의 가치를 지켜온 인물에게 더 끌렸을 것으로 추측한다. 조 전 대법관은 정년(70세) 규정 때문에 임명되더라도 임기 6년 중 3년 반 정도만 재직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생각한 사법부가 지속할 수 있는 시간 2년 반 희생도 감수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장 인사는 변화를 외치고 있는 윤 대통령이 얼마나 변했고,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지 엿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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