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가자 최대 병원 기능 잃었다"…의료진 폭격 속 구명에 사투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들이 계속된 폭격으로 기능을 상실하며 병원에 수용된 환자와 피란민 수만 명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진행된 지난 36일간 가자지구의 의료시설에 137차례의 공격이 가해져 의료진과 환자 52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 측이 시가전 강도를 높여가면서 가자지구 병원들은 출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고립 상태에 빠졌고, 의약품은 물론 연료와 전력, 식수까지 바닥나면서 수용된 환자들의 치료마저 속속 중단되고 있습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가자지구 최대 병원 알시파에 포격과 폭격이 지속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상황이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개탄했습니다.
WHO는 이날 두절됐던 알시파 병원과 연락이 다시 복구된 뒤 병원의 상황을 이처럼 전했습니다.
하마스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을 비롯한 가자지구 주요 병원에 하마스의 군사시설이 숨겨져 있다고 의심하며 병원 주변으로의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비극적이게도 사망하는 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유감스럽지만 그 병원(알시파)은 더 이상 병원으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안전한 피란처여야 할 병원들이 죽음과 파괴, 절망의 현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에 세계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즉각적인 휴전과 민간인들과 의료진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이스라엘 측이 병원을 비우고 남쪽으로 떠날 것을 거듭 요구해 왔지만,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병원이자 의료복합단지인 알시파 병원에는 현재 거동이 불가능한 환자를 비롯해 최소 2천300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환자 600∼650명, 의료진 200∼500명, 폭격을 피해 병원으로 피신한 피란민 약 1천500명이 병원에 있다며 "전력과 물, 식량 부족으로 이들의 목숨이 즉각적인 위험에 처했다"고 우려했습니다.
가자시티에 있는 알쿠드스 병원도 연료가 바닥나면서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고 팔레스타인 적신월사가 밝히는 등 이 지역 병원들이 가동을 속속 멈추며 현재 가자시티에서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병원은 알아흘리가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동이 중단된 알시파 병원에서는 신생아 중환자실 운영이 중단되면서 인큐베이터에 있던 미숙아들이 숨지고, 전력 단절 속에 생명 보조장치를 제공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잇따라 숨지는 등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눈앞에 벌어지는 폭격과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포성 속에서도 생명을 구하려는 의료진의 사투도 이어지고 있다고 영국 언론 가디언과 로이터 등은 전했습니다.
알시파 병원 의료진은 이날 인큐베이터가 비치된 신생아 병동이 자리한 건물이 폭격받자 고육책으로 신생아 병동에 있던 아기 39명을 일반 병상으로 조심스럽게 옮기는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이들은 그나마 조금 남아 있는 전력을 이용해 아기들의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려 하고 있으나 인큐베이터 전력이 끊기고 산소 공급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아기들이 얼마나 버틸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병원의 마르완 아부 사다 외과 과장은 아기 39명을 가까스로 옮기긴 했지만 병원에 전력과 물, 식량 공급이 끊기면서 이들의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며 "오늘 아기 1명이 숨졌고, 어제는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기 모두가 죽을까 봐 겁난다"고 말했습니다.
아부 사다 과장은 이스라엘 탱크와 저격수들이 접근하면서 알시파 병원은 지난 이틀간 6번의 공격을 받았다고 전하면서 "알시파는 포위됐고, 누구도 나가거나 들어올 수 없다. 의료진조차 창밖을 내다보는 것이 위험할 정도"라고 병원이 처한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 병원 의료진은 폭격과 총격을 우려해 남아있는 환자 600명을 창가 쪽에서 복도 등 건물 깊숙한 곳으로 옮기는 조치도 취했습니다.
아부 사다 과장은 병원 환자 1명이 창밖을 내다보다가 가슴에 총격을 입고 즉사하는 일이 있었다고 전하며 "의료진 전체에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폭격이 너무나 무섭고 두렵지만 여기에 머물며 환자를 치료하는 게 우리의 윤리적인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환자를 안에 두고 떠날 수 없다"며 "만약 떠날 수 있더라도 어디로 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마이 알-카일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건장관은 지난 이틀 동안 알시파 병원의 환자 12명이 사망했다며 "드론이 알시파 병원에 있는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알-카일라 장관은 또한 포격에 대한 두려움으로 접근이 불가능해지면서 사망한 환자 100명 이상의 시신이 매장지로 옮겨지지 못한 채 병원 뜰에 방치됐고, 부패한 시신들로 인해 전염병 가능성까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알-카일라 장관은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를 표적으로 한 폭격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병원을 비우고 피신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경우 환자들은 거리에 남겨진 채 스스로 몸을 건사해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피신이 아니라 총부리 앞에 환자들을 내모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주요 병원들의 운영이 속속 중단되면서 가자시티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알아흘리 병원도 매일 부상자 수백 명이 몰리며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고 독일 dpa통신은 전했습니다.
이 병원의 가산 아부 시타 의사는 "재앙적 상황"이라며 "혈액 공급도 소진되고 있고, 오늘 마취 없이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은 환자만 10명이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김영아 기자 younga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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