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인간성[오후여담]

2023. 11. 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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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천 울산대 총장이 최근 펴낸 '국정 리더의 길'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40년간 교수, 정부 기구 위원, 서울대 총장으로 일하면서 이명박·박근혜·문재인까지 6명의 대통령과 직접 대면한 경험을 회고한 기록이자, 리더십 측면에서 분석한 국가 지도자론이다.

오 총장은 "인간적 특성들이 대통령에 당선된 동력원이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인간적 면모가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국정 책임자의 역할 수행과 직결되는지는 별개의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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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논설위원

#1. 1989년 가을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가 조세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강연자였는데 실무진 실수로 30분이나 늦었다. 김 총재는 미동도 않은 채 기다리다 발표 내용을 경청했다. 김 총재는 “부가가치세를 없애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알고 있었다. 교수가 “대체 세수입 없이 폐지는 불가능하다”고 잘랐다. 30대 교수의 단호한 태도에 김 총재는 이의를 달지 않았다. 점심 자리에서도 유머를 섞어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한번 만나면 왜 그의 사람이 되는지 알게 됐다.

#2. 1998년 4월 김대중 대통령이 기획예산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외환위기 극복이 당면과제였다. 교수의 눈길을 끈 것은 대통령이 직접 정리해 놓은 빽빽한 메모지였다. 거기에 줄을 그으면서 회의를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묻고 지시했다. 일부 고위공직자는 진땀을 흘렸다. KT&G 관계자가 담배 수출액을 몰라 머뭇거리자 김 대통령이 일러주기도 했다.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과 치열한 학습을 직감했다.

#3. 2000년 11월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이 서울대에서 강연했다. 저녁 9시쯤 강의가 끝나 배웅하는데 학생들이 차에 타려는 노 장관을 둘러싸고 얘기를 시작했다. 1시간 넘게 대화가 이어졌다. 의례적 내용이 아닌 토론이었다. 다음 날 교수는 장관 비서관에게서 “장관님이 학생들과 학교 인근에서 새벽까지 소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눈높이를 맞추는 특유의 포용력을 갖고 있었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이 최근 펴낸 ‘국정 리더의 길’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40년간 교수, 정부 기구 위원, 서울대 총장으로 일하면서 이명박·박근혜·문재인까지 6명의 대통령과 직접 대면한 경험을 회고한 기록이자, 리더십 측면에서 분석한 국가 지도자론이다. 오 총장은 “인간적 특성들이 대통령에 당선된 동력원이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인간적 면모가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국정 책임자의 역할 수행과 직결되는지는 별개의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적 장점이 취임 후 약점이 되기 쉽고, 평소 취약했던 것으로 보이던 과단성 결여가 실제 국정 운영에서는 신중함과 절제가 될 수 있어서다. 인간성과 통치력의 관계가 무척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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