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고 귀여운 이미지 탈피한 박보영 “갈증 해소된 한 해”[인터뷰]
친절한 이미지 부담, “애써 밝지 않으려 노력”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이어 사랑스러움 탈피한 작품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따듯한 드라마다. 편안한 마음으로 쉽게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공황장애, 망상증 등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 이야기가 낯설다가도 내 얘기처럼 여겨져 마음이 답답한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간호사 정다은으로 출연한 박보영(33)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영은 “6화는 시나리오를 읽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처음엔 다 보지 못하고 덮었다”고 말했다.
드라마엔 회차마다 사연을 가진 환자들이 등장한다. 부모의 집착에 양극성 장애를 겪는 여성이나 상사의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괴롭힘으로 강박 증세를 보이는 남성 등이다.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들의 고통과 망상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극 중 의료진 역할을 하는 배우가 병증을 내레이션으로 설명할 때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도 난다. 환자와 병증을 흥밋거리로 가볍게 다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제작진과 배우 모두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만큼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거나 병증을 가볍게 미화한다는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 박보영은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으로 현장을 참관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정신질환이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찾아오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길어진 취업 준비,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 등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외부에서 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의 괴리가 병을 만들기도 한다. 연예인이라는 직업 때문에 박보영 역시 비슷한 고충이 있다. 함께 출연한 연우진이 앞선 인터뷰에서 그를 두고 천사라고 말한 것에 “저, 천사 아니에요”라며 단호함을 보인 데는 이유가 있다.
“과거 작품들 때문에 나를 착하고 친절한 사람이라 보는 경향이 있다. 친구와 힘든 얘기를 하다 카페에 갔는데, 내가 갑자기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주문하는 걸 보고 친구가 ‘너 그럴 기분 아니면서 왜 그렇게 해’라며 내게 ‘불쌍하다’고 했다. ‘주문받는 사람이 불편할까봐’라고 말했는데, 친구가 ‘그럼 어때’라고 하더라. 최근엔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애써 밝게 하진 않으려 한다.”
극 중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항문외과 의사 동고윤 역의 연우진, 오랜 친구인 송유찬 역의 장동윤과 로맨스가 있지만 과하지 않다. 간호사 다은으로서 환자로 등장한 인물들과의 관계가 흥미롭다. 특히 6화에 주로 나온 망상 환자 김서완(노재원)과의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게임 속으로 도피한 서완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다은을 게임 캐릭터인 ‘중재자’라 부른다. 다은이 특별하게 여긴 환자였기 때문이었을까. 박보영도 “재원씨가 내 눈물 버튼이었다”고 말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역할을 주로 해왔는데, 올해는 그런 이미지에서 탈피한 작품을 선보였다. 재난 상황을 그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명화와 이번 작품의 다은은 다소 진지하고 무거운 성격이다. 박보영은 “(두 작품으로) 저의 성숙한 모습을 ‘봐주세요, 봐주세요’ 한 게 아니라, ‘아 얘도 이런 모습이 있네’ 하고 (대중이 저를) 자연스럽게 바라봐주신 것 같다”며 “그런 면에서 올해가 너무 뜻깊다. 갈증이 좀 해소된 해”라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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