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 좋다더니 광군제마저…'중국판 블프' 매출 10% 뚝↓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3. 11. 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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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매체, 제3자 집계 인용 보도…
가전 잘 팔렸지만 휴대폰·사치품 매출↓,
취미용품 인기·여행상품 매출은 급증
(인천=뉴스1) 민경석 기자 = 지난해 광군제 기간 한국으로 수입된 중국산 제품들을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운반하고 있다. 2022.1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유명한 광군제(光棍節) 소비 효과가 신통찮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온라인 쇼핑몰들의 매출이 전년 대비 줄어든 가운데 '최저가'를 앞세운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들이 더 각광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꺾이는 중국 내수경기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13일 스타맵데이터 등 중국 내 제3자 데이터 플랫폼을 인용, 올해 광군제의 전체 판매량(매출)이 전년 대비 줄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올해 11월10일 20시부터 11일 24시까지 중국 내 주요 온라인 플랫폼의 총 매출액은 2776억위안(약 50.1조원)으로 집계됐다. 어마어마한 금액이긴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9.8% 줄어들었다. 이 기간 상품 발송 건수는 16.7% 줄었고, 평균 고객 단가는 8.3% 늘었다.

11월11일을 전후 진행돼 '쌍쓰이'라고도 불리는 광군제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연중 가장 기다리는 프로모션 행사다. 알리바바에서 시작돼 올해 15회를 맞았다. 전자제품 재고를 처리하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본따 대대적 할인행사를 진행, 소비가 집중된다.

광군제 매출 비중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요약이나 다름없다. 올해도 전체 매출에서 타오바오(티몰)가 60.0%, 징둥 27.9%, 핀둬둬 7.3%를 기록했고, 나머지를 기타 군소 플랫폼들이 채웠다.

코로나19 이후 주요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광군제 기간 구체적인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과거 대대적인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이른바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제품을 선점하기 위해 달림)하는 중국인들이나 판매량 게이지가 폭발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과시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날 발표된 데이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중국 내에서는 길어지는 내수 부진에 따라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패턴도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가 광군제에 앞서 중국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중 77%는 '광군제 지출을 줄이거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베인 글로벌 파트너 제임스 양은 "2021년엔 해당 답변이 51%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도 이런 분위기 변화를 잘 알고 있다. 이들이 연일 '최저가'를 홍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타오바오의 타이틀 중 하나는 '매일 가장 저렴한 가격'이었고 징둥과 핀둬둬도 비슷한 구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알릭스파트너스는 2023 광군제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들은 합리적 소비를 더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광군제 소비가 극에 달했던 지난 2019년 알리바바의 광군제 1000억위안 돌파 세리머니. /사진=머니투데이DB

이런 추세는 실제 판매물품에서도 드러났다. 전통적으로 광군제 최대 수혜품목인 가전제품은 여전히 많이 팔려나간 것으로 집계됐지만 휴대폰이나 명주 마오타이 매출은 줄었다. 이는 E스포츠, 사이클자전거, 트렌디한 장난감 등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또 남성 스킨케어 제품이나 향수 판매도 늘었다.

또 다른 대표적 품목 중 하나였던 여성 화장품 판매량 역시 축소됐다. 범용 저가 제품 매출은 늘었지만 시세이도나 SK-II 등 프리미엄 제품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내수시장 변화를 볼 때 이런 추세는 어느 정도 예측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9일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발표했는데 -0.2%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2.6% 하락해 계속해서 역성장이다. 대신 저축률은 올라간다.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걸고 있다는 의미다.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짙어진다.

한편 이 기간 중국 소비자들의 여행 상품 구매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눈길을 끈다. 여행상품 구매가 광군제의 새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바바의 여행플랫폼 페이주(Fliggy)는 판매 개시 13분 만에 거래금액이 10억위안(약 1805억원)을 초과했고, 전체 기간 판매량은 전년 대비 8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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