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으로 딸 잃은 슬픔 극복한 카밀로 비예가스, 9년만에 PGA 우승 “하늘에서 어린 아이가 보고 있다”
카밀로 비예가스(41·콜롬비아)는 마지막 우승 퍼트를 가볍게 쳐 넣은 뒤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곤, 하늘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잠시 눈시울을 붉힌 비예가스는 인터뷰 도중 다시 한 번 하늘을 쳐다보며 “저기에서 내 어린 아이가 지켜보고 있어요”라고 3년 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딸을 기렸다.
비예가스는 13일 버뮤다 사우샘프턴의 포트 로열GC(파71·6828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버터필드 버뮤다 챔피언십(총상금 65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고 합계 24언더파 260타를 기록, 치열한 우승다툼을 벌인 알렉스 노렌(스웨덴)을 2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14년 윈덤 챔피언십(8월) 이후 9년 3개월 만에 통산 5승을 거둔 비예가스는 우승상금 117만 달러(약 15억 5000만원)와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을 획득, 페덱스컵 랭킹을 147위에서 75위로 끌어올렸다.
2009년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 대표로 활약하고 세계랭킹 7위까지 올랐던 비예가스는 2020년 7월에 생후 22개월 된 딸 미아를 뇌종양으로 잃었다. 큰 슬픔에 빠진 그는 코스에서 길을 잃었고, 지난 7월까지 세계랭킹은 849위로 추락했다.
비예가스와 그의 아내는 딸의 이름을 딴 ‘미아의 기적’이라는 자선재단을 설립해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환자와 가족을 도우며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아들 마테오를 얻으며 안정을 찾았다.
지난주 멕시코에서 열린 월드와이드 테크놀러지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세계랭킹을 318위로 끌어올린 그는 9년여 만에 우승한 이날 발표된 랭킹에서 163위에 올라 내년 시즌 더 큰 활약을 다짐했다. 비예가스는 우승 인터뷰에서 “골프는 내게 큰 기쁨을 주었지만 그 과정에서 시련도 안겨주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큰 성취와 아픔도 주었다”고 말했다.
노승열은 이날 버디 2개, 보기 4개로 2타를 잃고 공동 72위(5언더파 279타)로 마쳤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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