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없다" 목소리서 '불안' 감지…AI로 속내 파헤치는 투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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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유전자 검사업체 일루미나의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프란시스 드소자 최고경영자(CEO)는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었다.
드소자 CEO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그레일 인수가) 회사의 아주 작은 부분에만 영향을 미친다"며 애널리스트들 앞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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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유전자 검사업체 일루미나의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프란시스 드소자 최고경영자(CEO)는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었다. 2016년 분사한 암 진단 테스트 제조기업 그레일을 약 80억달러(약 10조5000억원)에 되사기로 한 후 규제 당국의 반대에 부딪혔고, 미국 억만장자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일루미나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진과 전쟁을 선포했다. 인수 과정이 길어지며 그레일 창립 이사들의 비판도 커지고 있었다.
드소자 CEO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그레일 인수가) 회사의 아주 작은 부분에만 영향을 미친다”며 애널리스트들 앞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AI의 평가는 그렇지 않았다. 인공지능(AI)으로 오디오 녹음을 분석하는 스피치 크래프트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드소자 CEO의 목소리는 그레일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크기가 달라졌고, 말투는 빨라졌다. “음” “아” 등 망설이는 단어가 늘었고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도 들렸다.
스피치 크래프트 애널리틱스의 데이비드 포프 수석 데이터 과학자는 “이러한 특징들은 민감한 문제를 다룰 때 (발언자의) 불안과 긴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드소지 CEO는 실적 발표 이후 2개월도 되지 않아 사임했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사들은 최근 AI를 활용해 회사 경영진들의 감정을 분석해주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회사가 좋다는 홍보에 열중하지만, 실적 발표 등에서 발표를 진행한 경영진의 목소리와 그들이 선택한 단어를 AI로 분석해 경영진의 솔직한 메시지를 찾겠다는 취지다.
네덜란드 자산운용사 로베코도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로베코는 컴퓨터 알고리즘 기반의 퀀트 펀드 약 800억달러어치를 운영하는 대형 운용사다. 올 들어 AI를 통해 투자사 경영진의 음성을 해석해 투자전략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로베코의 대체 알파 연구 책임자 마이크 첸은 “음성에서는 문자 이상의 것을 포착할 수 있다”며 “녹취는 아무리 정교하게 해도 의미만 포착할 뿐이지만, 음성에서는 망설임과 감정 표현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사람의 귀로는 감지할 수 없는 미세한 단어도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계도 있다. FT는 연구 논문들을 인용해 AI 분석 기법이 등장한 이후 기업 경영진들이 AI 분석에 맞게 발표 내용을 점점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시간과 비용도 많이 써야 한다. 로베코는 오디오 분석 작업을 위해 새로운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3년을 투자했다. 또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 만큼 CEO가 바뀌면 새로운 분석을 해야 한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말하는 사람의 경우 분석이 훨씬 더 어려워진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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