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은 풍력발전…"고금리 때문에 2030년 목표달성 무리"
"값싼 자본에 사업 넘쳤지만 재정상황 바뀌어"
친환경에너지 ETF는 1년새 36.7% 하락
고전하는 친환경 기업보며 안도하는 정유사
'ESG 경영 분쟁'은 옛말, 석유 매장지 적극 인수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 역풍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저금리 시기에 사업을 시작했다가 금리 인상으로 이를 중단하거나 취소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공언한 2030년 해상풍력 발전 목표치는 달성하기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정에너지 ETF 1년새 36% 하락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폐기되고 재생에너지 기업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라며 "높은 이자율과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긴장 등 다양한 역풍으로 인해 저탄소 미래로 가는 길은 불과 몇년 전보다 더 험난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기업인 덴마크 오스테드가 미국 뉴저지에서 개발하던 풍력발전소 프로젝트 2개를 중단한 이후 업계에서는 에너지 전환의 현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스테드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며 284억 덴마크 크로네(약 5조3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비용 상승과 공급업체의 납기 지연이 원인이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최근 금리 인상 여파를 정면으로 맞고 있다. 아브라함 실버맨 전 뉴저지주 공공전력위원회 위원은 "이러한 계약 중 상당수는 세계가 값싼 자본으로 넘쳐났을 때 체결됐다"며 "전 세계 재정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올해 미국 해상풍력 계약 절반 이상이 취소됐거나 취소될 위험에 놓여있다.
오스테드와 함께 해상풍력 선두 기업으로 꼽히는 베스타스는 미국 뉴욕과 뉴저지주에 나셀(풍력발전기 터빈 등을 덮는 용기) 공장을 지을 계획이지만, 쉘과 EDF가 진행하는 1.5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취소될 수 있다. 조시 어윈 베스타스 해상풍력 부문 부사장은"미국 공장 건설 계획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확실성이 부족하다"며 "이러한 취소와 지연은 성장통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3대 풍력발전 터빈 제조업체인 시멘스에너지와 제네럴일렉트릭(GE), 베스타스는 지난해부터 풍력발전 부문에서 연속 분기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오스테드, 베스타스 등이 포함된 아이셰어 글로벌 청정에너지 상장지수펀드(ETF) 주가는 이날 전년 동기대비 36.7% 하락한 13.01 달러에 거래됐다.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을 통해 30GW 전력을 생산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윈 부사장은 "유감스럽게도 2030년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광범위하게 인정됐다"고 했다. 리처드 부어버그 지멘스 북미에너지 최고경영자(CEO)도 바이든 행정부의 2030년 목표치를 "이제는 어려운 주문"이라고 평가했다.
더딘 친환경 전환에 안도하는 석유공룡들
석유 기업들은 고전하는 친환경 에너지 업계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탈탄소 목표 달성이 예상보다 힘들어지면서 화석연료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사회·환경·지배구조를 고려해 기업을 운영해야한다는 'ESG 경영'이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 공화당이 주도하는 일부 주는 반ESG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인디애나주, 캔사스 주 등은 ESG 금융기관을 지방채 인수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엑슨모빌, 쉐브론 등 석유공룡들은 수조원을 들여 석유·가스 매장지를 보유한 업체들을 인수·합병하고 있다. 신규 매장지를 발굴하는 게 아니기에 친환경 목표에 역행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ESG 경영을 이유로 경영권 분쟁까지 벌어졌던 2021년보다 친환경 정책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다는 평가다.
투자은행 라자드의 조지 빌리식 전력담당 전무이사는 "요즘 에너지 회사들은 수익률이 낮은 청정 에너지 사업에 돈을 투자할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도전받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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